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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06. 2022

길을 잃다.

높이와 폭을 가늠할 수 없는 문

내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벨을 눌렀다. 


대답이 없다.


벨이 있으니 문일 테고 

문에게 벨은 의미가 있으리라.     


용기를 내어 다시 벨을 눌렀다.     


주먹 쥔 손으로 두드리기 직전 

벽 너머 희미한 기척이 다가와 묻는다.

입구를 찾습니까? 출구를 찾습니까?     


주저하며 머뭇거리자 

목소리는 질문을 바꾼다.

찾아가는 길입니까? 도망가는 길입니까?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멀어진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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