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열이 펄펄 끓어도
홍수로 집에 물난리가 나도
다리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어도
심지어 이사를 한 날에도
학교에 갔다.
다른 상은 몰라도
'개근상'만큼은 반드시 받아야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들도 그랬다.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쓰러지더라도
책상에 엎드려 자더라도
등교를 해야만 했고
지각, 조퇴, 결석은
학생의 본분을 어기는
'나약한 죄인의 낙인'처럼 여겨졌다.
하나의 구멍이라도 생기면
전체가 텅 비어버렸다.
그렇게 핏속에 스며든 ‘개근’은
자랑스러운 '국민성'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마치 근면과 성실로 쟁취하는
반짝이는 '전리품'인양
철저하게 혹은 처절하게
우리를 다그쳤다.
학교가 '회사'로 바뀌었지만
‘개근’은 여전히 몸속에 흐른다.
휴가는 결석이 아님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
'개근'은 우리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원동력'이다.
몸이 아파도
급한 일이 생겨도
'최우선은 출근'이다.
학교에서 개근상이 사라졌다고 하니
이제 아이들은 올바른 원동력을 구할 것으로 믿는다.
'개근상'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열심히 찾아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