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리?

by 김재호


우리가 남이야?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너'와 '내'가 만드는 '우리'라는 관계는 참 오묘합니다. 혹시 ‘우리’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범위에 대해서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라는 말이 풍기는 이미지(뉘앙스)를 다소 과하게 표현하면 대충 이런 것 같습니다.


너와 내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단단한 결속력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 말인즉, 우리는 한 몸이고 서로 떨어져서는 안 되며,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지.



‘우리’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를 ‘우리(Cage)’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전체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한다거나, 우리를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거나 내놓는 상황 말입니다.


사실 ‘대의’를 위해서, 혹은 ‘우리’를 위해서 작은 나 따위는 잠시 무시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보통 ‘나’와 ‘너’의 ‘합집합’을 ‘우리’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나와 너를 둘러싼 환경까지도 함께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위한 일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나면 자괴감이 들게 됩니다.


우리 합집합.PNG '우리'라는 합집합



그래서 저는 ‘우리’라는 개념을 교집합이라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너와 나의 공통점, 혹은 공유가 가능한 범위까지가 ‘우리’인 것이지 나의 모든 것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여깁니다.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그 이상을 요구해서도 안 되겠고요.


우리 교집합.PNG '우리'라는 교집합




‘우리’가 나보다 위에 있고, 앞서 생각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다 보니 ‘내’가 사라집니다. 우리라는 우리(Cage) 속에 갇혀 있다 보니 쉽사리 밖으로 벗어날 시도를 하지 못합니다. ‘우리’ 안에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소속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고 믿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누가 그 울타리를 쳐놓았는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이 과연 나 스스로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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