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유통기한

by 김재호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작년(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상당히 오래전 같이 느껴지지만 고작 5일 전이다.) 말에 걸린 코로나로 인해서 아직 격리 중이라 여전히 2022년이 연장되고 있는 것 같다.


홀로 2022년이라는 ‘폐기된 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위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남들은 이제 새해에 다 적응을 했는데 혼자서 새해 운운하면서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서 격리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나저나 ‘새해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라고 보면 좋을까?


'2023년'이라고 써야 하는 곳에 '2022년'이라고 적어 넣는 실수를 더 이상 범하지 않을 때까지?


작심삼일이 끝나고 경건하게 세웠던 계획과 목표와 다짐들이 서서히 사그라질 때까지?


두 번째 새해맞이인 설날이 지나갈 때까지?



딱히 누가 정해주지도 않았고, 굳이 정할 필요도 없는 새해의 유통기한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조금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군다나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소비기한’ 등으로 변경된다고 하니, 새해가 시작할 때만 가질 수 있는 그런 감성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한다. 비록 새해의 유통기한은 짧을지언정 소비기한은 '보통' 2023년 12월 31일까지 일 테니 말이다.


새 신발을 신고 혹여나 못이라도 밟을 까 살금살금 걷거나, 새 옷에 김칫국물이라도 튈까 조심조심 숟가락을 놀리는 것처럼 2023년이라는 새해를 조금 더 아껴주고 싶다. 마음이든 물건이든 쓰는 사람에 따라 그 수명이 달라지는 것처럼.


생각 없이 멍하니 누워있다 보니 2023년도 조금씩 ‘헌해’가 되고 있다.


너덜너덜 해지고 중간중간 구멍이 뚫리거나 오물이 묻어 지저분해지더라도 내 손때가 묻고 내 숨결이 담긴 소중한 ‘2023년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2023년이 끝나갈 무렵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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