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by 김재호

인도(人道)나 공원 그리고 아파트 단지 등을 걷다 보면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쓰레기가 아닌 것처럼 벤치나 난간에 올려놓은 컵이나 캔 등도 있습니다. 마치 주인이 다시 와서 가져갈 것만 같은 태도로 땅바닥이 아닌 곳에서 존재를 뽐냅니다.

하지만 그것들 역시 똑같은 쓰레기일 뿐이죠. 쓰레기를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무단 투기를 하면서 일말의 양심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니면 치워야 하는 분들이 보다 쉽게 해결하길 바라면서 보여주는 배려였을까요? 그것마저 아니라면 누군가가 쓰레기를 왜 버리는지 물어봤을 때 잠시 내려놓은 거라고 핑계를 대기 위함이었을까요?


KakaoTalk_20230711_105811562_02.jpg 집 식탁이 이렇게 생겼나 보죠? (출처 : 김재호)
KakaoTalk_20230711_105811562_01.jpg 곧 돌아오셔서 갖고 가실 거죠? (출처 : 김재호)


결국 옳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자라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 싶었겠죠. 솔직히 서로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덜 나쁜 사람이라고 위안 삼는 것입니다.


담배꽁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딘가 틈이 있거나 구멍이 보이면 거기에다가 쑤셔 넣습니다. 바닥에 버리는 것보다 나름 양심이 있고, 성의를 보인다고 생각하면서요. 역시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KakaoTalk_20230711_105811562.jpg 바닥에 있으나 의자 틈에 있으나 담배꽁초입니다. (출처 : 김재호)


조금 크기가 있는 쓰레기는 작게 꼭꼭 뭉쳐서 슬쩍 버립니다. 양심의 가책을 상대적으로 작게 만드는 중이겠죠.


쌓여 있는 쓰레기 위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비교적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합니다. 이미 더러워진 곳이니 나 하나쯤 더 보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외국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겠죠. (출처 : Pixabay)


힘들게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악취가 풍기는 죄책감을 챙겨 가지 말고, 그냥 집에 가져가서 처리하시거나 쓰레기통을 찾아서 깔끔하게 잘 넣으시길 바랍니다.


쓰레기를 들고 가는 분이 쓰레기통이 아니라,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내뱉는 분이 진짜 쓰레기통이 되는 겁니다.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차서 기본적인 여유, 배려, 양심이 들어갈 자리가 없음을 인정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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