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을 하고 사과하는 우리 문화

by 김재호

스포츠 경기 중에 반칙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혔을 때 사과를 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페널티를 받았으니 별다른 행동 없이 그냥 경기를 이어가면 될까요?

야구를 예로 들어보자면, 투수가 공을 던졌는데 타자의 몸에 맞았을 때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다르겠죠.) 경쟁과 힘 그리고 투지를 중요시하는 문화적인 요소로 인하여 스포츠 경기 도중에 반칙이 발생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보기 힘듭니다. 약해 보인다나요? 그러다 보니 반칙도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라 여기고, 경기력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쪽으로 마인드를 다잡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의성이 보이는 경우에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곤 하죠. 가끔 보셨죠? 양쪽 선수들과 코치진이 우르르 경기장 중간으로 모여서 몸싸움을 하거나 거친 언성이 오고 가는 모습 말입니다.


출처 : Pixabay


반면 한국은 조금 다릅니다. 투수가 타자를 공으로 맞췄을 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선수가 점점 많이 보입니다. 아마 선수간의 예의와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더불어 동업자(?) 정신으로 부상을 염려하거나, 팀 간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복수나 다툼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죠.


미국을 비롯해서 타국에서 대한민국 프로야구로 진출한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 어느새 한국만이 가진 그런 문화에 적응했더군요. 자신이 던진 공에 맞은 선수를 향해서 모자를 벗고 사과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죠.


코치들이 시켰거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들도 마음이 편하니까 사과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라운드를 전쟁터에 비유하더라도 진짜 죽고 죽이는 전쟁은 아니니까요.


어떤 것이 "맞는" 행동인지 절대적인 정답은 없고, 문화와 관습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경기 중일지라도 선수들끼리 예의와 존중을 표현하는 방식을 따른다면 더 보기 좋겠죠.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처절하겠지만 어차피 다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들끼리 겨루는 경기 일뿐이니까요.


저는 목청껏 응원가도 부르고, 반칙을 했으면 사과도 하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문화가 좋습니다. 물론 경기에 임하는 중에는 선후배나 친구는 없어야겠죠. (맞다! 한국 선수들은 심판진에게도 인사를 하더군요. 참 예의가 바릅니다.ㅎㅎ)




벤치 클리어링(Bench-Clearing Brawl)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나와 서로 싸우거나 싸움을 말리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벤치나 더그아웃, 불펜에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 나가 ‘벤치가 깨끗하게 비워진다(Bench-Clearing)’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상대 팀과 싸우기 위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싸우는 선수 등을 말리기 위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야구나 아이스하키, 축구에서 일어나며, 특히 야구에서는 빈볼 시비 등으로 인해 벤치 클리어링이 자주 발생한다. (출처 : 다음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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