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私敎育) or 사교육(死敎育)

by 김재호


'개근 거지'라는 말로 인해
학교 안팎이 소란했던 것이 얼마 전이다.


지금은 개근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딱히 몸이 아프거나

별다른 일이 없다면

등교를 하는 것은

여전히 일반적이다.


하지만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사전에 신청을 하면

결석이 아니라

등교로 인정을 해준다.


그렇다 보니

형편이나 되는 학생들은

학기 중간에 여행을 간다거나

다른 공부를 하기 위해

출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럴 수가 없으니

빠짐없이 등교를 하게 되고

결국 '개근 거지'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꽤나 불편한 용어를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다른 황당한 말을

딸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

출처 : Pixabay


얼마나 많은 학원을 다니는지

얼마나 (학원비가 비싼) 유명한 학원에 다니는지

서로 비교하고 편 가르기를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현재 몇 레벨인지
몇 학년 과정을 선행학습하는지
은근히 물어보면서
자존심을 긁는다고 한다.


(물론 일부일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초5)은 그동안 방과 후가 끝나면

거의 집에서 혼자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 동안 영어 학원에

세 번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굳이 수학과 국어 학원을

다니겠다면서

나와 아내를 열과 성을 다해 설득했는데

그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요즘 아이는 힘들어하고 있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학교, 방과 후 그리고 학원 세 곳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단다.

오히려 시간을 더 쪼개서
다른 학원도 다닐 기세다.


학습에 대한 열의가 없지는 않아서
당장은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본인이 몇 개의 학원에 다니고 있음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러다가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재택 거지'라는 단어마저 등장하는 것이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보충학습 개념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되겠지만,

이건 그런 면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보인다.


아이의 생각과 판단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

나 역시도

이런 상황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리라.


사교육이

사교육(私敎育)인지

사교육(死敎育)인지

점점 분간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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