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
형형색색 다채로운 도화지에
무심한 검은 붓 한 자루
제목 모를 수묵화를 그린다.
점묘법이 특기인 듯
거침없는 동그라미는
여백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새다.
말간 태양이 고개를 내밀면
소소한 흔적으로 기억될
애처로운 그림이지만
까닭 없는 소나기는
그렇게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흑백사진을 꿈꾸듯
무색한 표정으로
칠하고
덧칠하고
덧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