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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Nov 18. 2023

우리 엄마가 요리 더 못 하거든?

"우리 엄마가 요리를 진짜 못하거든."


"우리 엄마가 더 못할걸? 전화해 볼까? 대결 한 번 해볼래?"


"우리 엄마가 요리 더 못할걸?"


"아! 난 우리 엄마가 만든 미역국을 본인이 드시고 뱉는 걸 봤거든?"


"우리 엄마는 된장찌개에 복숭아 넣는 사람이야."


"뭐? 뭐라고? 오! 붙어볼 만 한데?"


https://youtube.com/shorts/9Qo-5ojK7n4?si=bF1wNsY2GxHKfAtB


 주말 예능에서 두 출연자가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처음에는 두 어머님의 놀라운(?) 요리 실력 때문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자식들'의 대화로 인해 두 분이 상처를 받으시거나 부끄러워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엄마는 꼭 요리를 잘해야 할까?


 사실 엄마가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결혼과 출산 전에는 그녀 역시도 엄마가 해주던 요리를 먹던 사람이었는데 왜 갑자기 '맛집 주인'이라는 부캐를 육성해야 하는 걸까요?


 거기서 끝이 아니죠. 빨래를 잘하는 '빨래 끝~' 엄마가 되어야 하고, 구석구석 청소를 잘하는 '청소 박사'라는 별명도 얻어야 합니다. 설거지를 포함한 각종 집안일에도 마치 그런 일을 하기 위해 타고난 사람처럼 혹은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능수능란해야 하죠.


 요즘 사회의 인식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저런 대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엄마는 그래야 하나 봅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로봇 청소기, 세탁기 & 건조기, 식기 세척기 등이 등장해서 엄마의 부캐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유독 요리만큼은 엄마표를 기대하는 자식의 욕심과 기대가 엿보입니다.


 우후죽순처럼 반찬가게가 생기고, 마트에 가면 온갖 간편식이 즐비하고, 수많은 맛집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밥, 아내의 밥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언가 특별한 조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이겠죠. '팔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먹이기 위한 음식'에만 들어가는 마법의 손맛.


 그나저나 두 어머님 중 '복숭아 된장찌개'라는 사상초유의 음식을 개발하신 분이 승자가 아니실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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