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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Nov 17. 2023

첫눈

골방에 틀어 박혀 있다가

눈뜬장님이 될 뻔했다


"첫눈 온다!"

올 겨울 첫눈 (출처 : 김재호)

아직 눈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리 속절없이 고운 눈매 들이밀면 어쩌라는 거니


다시 돌아가라고 눈초리 치켰더니

눈썰미 좋은 몇몇은 눈치껏 굴더구나


그나저나 허망하게 첫눈에 반했으니

나머지 반은 좀 아껴두어야겠다


다음에는

눈동자(童子)와 눈싸움을 할까

눈사람과 함께 눈요기할까

눈금 없는 눈길에 눈길이나 줄까

눈속임으로 덮인 산길을 걸어볼까

눈물 삼키는 눈물바다를 찾아갈까

눈높이 맞춰주는 돌담길을 서성일까


겨울보다 빨라 눈물샘이 된 첫눈보다

두 번째 눈발은 조금 더 시리겠지


눈빛은 이미 사그라들고

눈주름만 곳곳에 남았지만

눈코 뜰새 없던 눈웃음 덕분에

잠시 눈이 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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