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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r 04. 2024

끼적끼적

[Damn]


댐이 무너지는 이유는

가장 약한 부분에서 생긴 균열 때문이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유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겠지.




[취미]


LP판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그럼 음악 많이 듣겠네요?


네. 그런 편이죠.


언제 저도 LP로 음악 좀 들려주세요.


안 됩니다.


왜요? 아까우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왜죠?


LP판 수집이 취미라고 했잖아요. LP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값어치]


가격이 9,900원인 책 한 권,

만약 100명의 독자를 만나 990,000원어치 팔렸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글의 값어치는

9,900원일까? 990,000원일까?


그런데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면?




[세배와 돈]


세뱃돈을 받아도 되는

적정 나이는 없다.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까지 받을 뿐.


세뱃돈은 권리, 요구, 규칙등과는 무관하다.

그건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영역이니까.


그나저나 새배와 돈은

언제부터 한 몸이 된 거지?




[다 똑같지 뭐]


신경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을 앓고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심리학자가

콤플렉스가 심하고

애인과 다투고


그러기에 실실 웃었다.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의 부러진 팔을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커스터마이징]


쁘로프 아파나시예비치 소꼴로프

꾸쁘리얀 사벨리예비치

빠뚤리야 안찌뽀프


그래 

작가가 고심 끝에 붙여준 

등장인물의 이름이고 애칭이니까

내가 이해하고 외워야지


그래도 혹시 말이야

그게 가능하다면

전자책에서는

내가 정한 이름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나쁜 놈은 내가 싫어하는 웬수 이름

예쁜 놈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 이름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닫혀있던 문 살며시 열고 나가

막 깨어난 새싹과 활짝 핀 꽃을 보라고.


여름

후끈후끈 무더운 열기

한줄기 시원한 바람맞이하며 창문을 열라고


가을

아쉬운 길 떠나는 계절

함께 따라 걸으며 배웅 가라고


겨울

세상과 계절을 한껏 즐겼다면

이제는 홀로 자신을 마주하라는 거울




[19+]


어젯밤

꿈을 꿨는데


잔혹한 장면

야한 장면

더러운 장면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더라.


나, 그래도 어른인데.

아직 꿈속에서는 아닌가 보다.




[알면서 모르는 척]


내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좋아하는 일은 못해도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어? 둘 다 잘 알고 있었네?




[유행가]


모를 수도 있지.

어떻게 모든 신곡을 다 꿰고 있냐고!

그리고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정나미 뚝 떨어졌다니.


그나저나 단테라는 가수가 냈다는 신곡은 뭐지?

유명한가?




[놀이에서 배웠듯이]


도 넘은 장난은 없다.

만약 도를 넘었다면

그 순간 장난이 아니다.


도를 넘자마자

개가 되는 거다.




[차이점]


야구에 관심을 갖는 것과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공(Ball)과 사(死) 만큼의

차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마법처럼]


가지 못할 곳이

아름답고


타지 못할 차가

편안하고


먹지 못할 음식이

맛있고


입지 못할 옷이

세련되고


만나지 못할 사람이

대단하고


살지 못할 아파트가

편리하다.




[불가피]


매 순간이 나의 선택이라며

자꾸만 선택을 강요한다.




[면접]


내가 같이 일할만 한지 알아본다는데

나도 당신이 함께 일할만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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