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댐이 무너지는 이유는
가장 약한 부분에서 생긴 균열 때문이고
사회가 무너지는 이유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겠지.
[취미]
LP판 모으는 게 취미입니다.
그럼 음악 많이 듣겠네요?
네. 그런 편이죠.
언제 저도 LP로 음악 좀 들려주세요.
안 됩니다.
왜요? 아까우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왜죠?
LP판 수집이 취미라고 했잖아요. LP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값어치]
가격이 9,900원인 책 한 권,
만약 100명의 독자를 만나 990,000원어치 팔렸다면
그 책이 담고 있는 글의 값어치는
9,900원일까? 990,000원일까?
그런데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면?
[세배와 돈]
세뱃돈을 받아도 되는
적정 나이는 없다.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까지 받을 뿐.
세뱃돈은 권리, 요구, 규칙등과는 무관하다.
그건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영역이니까.
그나저나 새배와 돈은
언제부터 한 몸이 된 거지?
[다 똑같지 뭐]
신경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을 앓고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심리학자가
콤플렉스가 심하고
애인과 다투고
그러기에 실실 웃었다.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의 부러진 팔을 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커스터마이징]
쁘로프 아파나시예비치 소꼴로프
꾸쁘리얀 사벨리예비치
빠뚤리야 안찌뽀프
그래
작가가 고심 끝에 붙여준
등장인물의 이름이고 애칭이니까
내가 이해하고 외워야지
그래도 혹시 말이야
그게 가능하다면
전자책에서는
내가 정한 이름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나쁜 놈은 내가 싫어하는 웬수 이름
예쁜 놈은 내가 좋아하는 친구 이름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닫혀있던 문 살며시 열고 나가
막 깨어난 새싹과 활짝 핀 꽃을 보라고.
여름
후끈후끈 무더운 열기
한줄기 시원한 바람맞이하며 창문을 열라고
가을
아쉬운 길 떠나는 계절
함께 따라 걸으며 배웅 가라고
겨울
세상과 계절을 한껏 즐겼다면
이제는 홀로 자신을 마주하라는 거울
[19+]
어젯밤
꿈을 꿨는데
잔혹한 장면
야한 장면
더러운 장면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더라.
나, 그래도 어른인데.
아직 꿈속에서는 아닌가 보다.
[알면서 모르는 척]
내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좋아하는 일은 못해도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어? 둘 다 잘 알고 있었네?
[유행가]
모를 수도 있지.
어떻게 모든 신곡을 다 꿰고 있냐고!
그리고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정나미 뚝 떨어졌다니.
그나저나 단테라는 가수가 냈다는 신곡은 뭐지?
유명한가?
[놀이에서 배웠듯이]
도 넘은 장난은 없다.
만약 도를 넘었다면
그 순간 장난이 아니다.
도를 넘자마자
개가 되는 거다.
[차이점]
야구에 관심을 갖는 것과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공(Ball)과 사(死) 만큼의
차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마법처럼]
가지 못할 곳이
아름답고
타지 못할 차가
편안하고
먹지 못할 음식이
맛있고
입지 못할 옷이
세련되고
만나지 못할 사람이
대단하고
살지 못할 아파트가
편리하다.
[불가피]
매 순간이 나의 선택이라며
자꾸만 선택을 강요한다.
[면접]
내가 같이 일할만 한지 알아본다는데
나도 당신이 함께 일할만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