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집 앞 마트에 들렀더니
‘햄 가득 마라탕’ 간편 조리 세트가
정가 12000원
할인 이벤트로 10000원
유통기한 임박했다고 6000원
이었다.
그렇게 6000원짜리 간편식을 먹으려다
고수
숙주
두부
두부면
당면
넓적 당면
팽이버섯
마라소스
를 추가로 샀다.
한 끼 가볍게 먹으려다
주말 내내 다섯 끼가 되었다.
[단어의 생성 순서]
가장 먼저 생긴 단어는 '나' 아닐까?
그다음은 '너'
그리고 '우리'
이제는 역순으로 사라지려나?
[다 거기서 거기]
다름과 닮음
[나를 못 믿어서]
나는
볼 수 없는 것과
보지 못한 것만 믿어.
[청소]
일상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새로운 하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수(高手)]
이길 준비와 질 각오가 되었다면
싸울 필요가 없지.
[두통]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점차 많아지는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내가 멍청해지기 때문이겠지.
그렇겠지.
차라리 그게 낫겠지.
[연봉]
평균을 올린답시고
이상점만 주야장천 만들더라.
[천직]
너네 아버지 뭐하시노?
타고난 소리꾼입니다.
그럼 한 가락 하시겠네?
그게 아니라. 잔소리꾼인데요.
[별처럼]
지금 어둡다 하여 아무것도 없겠는가?
그 안에는 분명 꿈이 있겠지.
[영면(永眠)]
죽으면 누가 계속 잔다고 했냐?
잠이 오겠어?
그리웠던 사람들 만나기도 바쁜데.
[천사가 많은 이유]
천사는 악마가 되기 힘들지만
악마는 천사가 되기 쉽겠지.
배신 배반 변절 반역에 능하다니까.
[몰라 몰라]
맹세 좀 그만해.
귀찮아. 시끄러워.
나 그러라고 있는 신 아니야.
그리고 너네 무슨 깃발에도 맹세하더라?
관심 없는 나나
말 못 하는 깃발에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꽃]
꽃에게도 만약 시련이 있다면
그건
피기 직전일까
지는 순간일까
꽃만 알겠지.
그게 꽃의 비밀이니까.
[단어 보존]
점차 사라지는 바가지를
보호하고 지켜내기 위해
누군가는 계속 긁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남에게 씌우기도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