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시 #18

by 김재호

지구는 둥글둥글해서

걸어도 걸어도 내리막이다.


앞으로 걸어도 내리막

뒤로 걸어도 내리막

오르막이란 보이지 않는다.


높아져보겠다고 죽어라 달려봤자

조금 더 빨리 아래로 갈 뿐이다.


세모와 네모의 지구를 만들어

그들만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사람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떠밀고 끌어올리며

지구는 둥글지 않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더 높은 곳만 찾아다니다

가늠할 수 없이 깊은 바다에 다다르면

목소리가 조금은 사그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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