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더 이상 국가만의 것이 아니다.
애플의 연간 매출은 핀란드, 포르투갈, 뉴질랜드 같은 중견 국가의 GDP를 넘어섰다. 글로벌 기술 기업은 이제 한 나라와 맞먹는 경제력을 가지며, 국제 협상과 정치적 결정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를 독점하고 인공지능을 다루는 자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위기를 피하며, 권력을 강화한다. 블랙록의 ‘알라딘’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실시간 분석해 수십 조 달러 자산을 관리한다. 팔란티어는 정부의 안보 전략을 좌우한다. 이런 능력은 더 이상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다. 소수만의 특권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특히 불평등을 키운다.
구글, 오픈 AI, 엔비디아 같은 거대 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인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선도한다. 반면 자원이 없는 국가나 기업은 점점 더 뒤처진다.
의료에서는 부유한 이들이 정밀 진단과 예방 서비스를 먼저 누린다.
금융에서는 JP모건의 LOXM 같은 AI 시스템이 초단위 거래를 지배한다.
그 속도와 정밀함은 개인 투자자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기술은 소수를 이롭게 하고, 다수는 점점 소외된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검색하고, 클릭하고, 머무른 시간까지 모두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맞춤형 광고를 넘어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유도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그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데이터가 유출되어 선거 메시지를 조작하는 데 쓰였다. 개인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여론의 흐름에 휩쓸렸다.
미래 예측 기술은 기업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를 열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 블루닷은 정부보다 먼저 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다. 금융 위기 속에서는 대형 기관이 고빈도 트레이딩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반면 일반 시민과 소규모 기업은 늦은 정보와 부족한 기술로 큰 손실을 떠안았다.
예측은 힘이다. 그러나 그 힘은 비싸다.
골드만삭스의 ‘마키’ 같은 플랫폼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과 부유층만이 쓸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은 기술로 인해 더욱 가속된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데이터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어야 한다.
핀란드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이런 시도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출발점이 된다.
국가는 공공 데이터센터를 마련해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예측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의 집중을 막고 사회 전체가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미래 예측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새로운 얼굴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측의 힘이 소수의 손에만 남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누구의 것이 될까?
침묵하면, 미래는 소수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