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간은 의도된 결과인가, 우연의 산물인가

by 홍종원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겨 왔다.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생명의 계통수 위에서 인간은 단 하나의 가느다란 가지일 뿐이다. 우리는 과연 의도된 결과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진화 실험 중 하나가 우연히 빛을 본 것일까.


지구의 생명은 단 한 줄의 길로 진화하지 않았다. 수많은 종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그 결과가 지금의 생명계를 이루었다. 공룡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면 포유류는 지금처럼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 역시 특정한 행성, 특정한 기후, 특정한 시간대가 맞아떨어졌기에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던 산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진화의 정점이 아니라 하나의 예외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목적 없이 실험을 반복했고, 그중 하나가 우연히 ‘의식’이라는 속성을 갖게 되었을 뿐이다. 인간의 출현은 신의 의도가 아니라, 자연이 수많은 시도 끝에 어쩌다 겪은 하나의 돌연변이적 성공일 수 있다.


진화3.png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여긴다. 신의 형상이라고 믿고, 진화의 꼭짓점에 섰다고 평가하며,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을 그 어떤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고, 태풍이 불고 화산이 터질 때 자연은 인간을 피해 가지 않는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물리 법칙과 생명의 조건에 묶여 있는 하나의 개체일 뿐이다.


이것이 자연의 의도이든, 혹은 신의 의도이든 상관없다.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길 뿐, 자연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전 11화10. 유전자는 왜 끝없는 조합을 시도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