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생명의 탄생은 신의 의도였는가

by 홍종원

생명은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였을까?
지구라는 행성, 물과 온도, 자외선과 탄소의 분포, 대기의 농도. 이 모든 조건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생명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정합성을 단순한 확률의 산물이라 말하는 것은, 어딘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혹시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만약 생명이 지구에만 존재했다면, 그것은 하나의 기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우주 곳곳에서 생명의 조건이 관측된다면, 우리는 그때 묻게 될 것이다. 자연은 생명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명이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난 구조라면, 그것은 곧 의도와 다르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인간이 상상해 온 종교적 존재가 아니다. 그는 자연 그 자체이거나, 자연 안에 숨어 있는 어떤 경향성일 수 있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복잡성 속에서 의식을 길러내며, 결국 존재가 스스로를 자각하게 만드는 흐름. 생명은 그 흐름이 빚어낸 하나의 응결점일지도 모른다.


신이 있다면, 그는 생명을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생명은 신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 대신 선택한 언어가 세포였고, 그가 남긴 흔적이 유전자였으며, 그가 품은 가능성이 진화였다면, 생명의 탄생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다. 그것은 자연이 우주 위에 써 내려간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문장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신이 생명을 원했다면, 그는 지금 어떤 답을 기다리고 있을까? 생명의 탄생만으로는 아직 그 뜻이 완성되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스스로 묻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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