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능을 가졌지만 연약하다. 날카로운 이빨도 없고, 단단한 껍질도 없으며, 추위를 견딜 털도 충분하지 않다.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헤엄치며 스스로를 방어하지만, 인간은 누군가의 보호 없이는 생존조차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남았다. 아니, 오히려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힘은 생물학적 강인함이 아니라, 외부 자원을 이용하고 조직화하는 능력에서 나왔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을 극대화하기보다, 자연의 것을 활용함으로써 스스로를 확장해 왔다.
이런 의존성은 결함이 아니라 진화가 선택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스스로 갖춘 존재는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 인간은 부족했기에 배우고, 약했기에 도구를 만들었고, 혼자서는 살 수 없었기에 사회를 만들었다. 연약함은 인간의 조건이자, 동시에 가능성이 되었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이런 존재를 만들었을까? 혹은 신이 있었다면, 그는 왜 인간에게 뛰어난 두뇌는 주었지만 완전한 육체는 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완성된 생명보다, 결핍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더 흥미로운 실험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스스로 생존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외부와 연결된다. 그 연결 속에서 문명이 탄생했고, 질문이 생겨났다. 자립하지 못함은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