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우리는 왜 사라질 수밖에 없는가

by 홍종원

인간은 유일하지 않다. 수많은 생명처럼 인간도 태어나고 자라며, 늙고 사라진다. 누군가 세상에 오고, 누군가는 떠나는 이 순환 속에서 인간은 때때로 자신이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은 개체보다 유전자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개체는 그 유전자를 전달하는 하나의 그릇일 뿐이며, 그 역할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진다. 인간이 아무리 특별하다고 느껴도, 자연에게 인간은 수많은 실험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모된다’는 생각은 인간이 스스로 부여한 감각일 수 있다. 자연은 누구를 쓰고 버리는 주체가 아니다. 그저 흐르고 변하고 조합하며,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우리가 목적과 가치를 묻지 않는다면 소모라는 개념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묻는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는 왜 인간을 유한한 존재로 만들었을까? 왜 오래 머물 수 없는 존재로 남겨두었을까? 어쩌면 완성된 생명체를 영원히 두는 것보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더 자주 시도하는 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변화는 곧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사라지지만, 그 흔적 속에서 질문과 이야기, 그리고 문화가 피어났다. 인간은 단지 생겨나고 사라지는 생명이 아니라, 자기 유한성을 인식하고 묻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물음 자체가 어쩌면 자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화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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