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가 많은 세상이 되기를

by 홍종원

나는 그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깊이 몰두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괴짜'라고 부른다.


만약 여러분 중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일본의 만화가들을 떠올려 보라.
독특한 세계관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늘 진심이고, 그래서 세계적으로 존중받는다.
조금 다르게 보고, 뭔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괴짜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괴짜가 좀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회의 시간엔 다들 조용하다.
질문도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다.
그냥 위에서 지시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시킨 일은 잘한다.
일정에 맞춰서 착실하게 처리를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새로운 발상은 없다.
새로운 도전도 없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그런 '모범생'들만 가득하다.
나는 점점 불안해진다.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모두가 정답만 말하고, 다르게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문제를 보는 눈도 비슷하고, 해결책도 다르지 않다.
결국 조직에 필요한 건 괴짜다.
정해진 틀을 깨고, 누구도 묻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명이 분위기를 바꾸고, 일의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불편해하고, 튄다고 하고, 문제아 취급을 한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더욱 절감했다.
겨울에 반바지를 입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냥 두었다.
그 아이가 생각하는 걸 구속하기 싫었으니까.
춥긴 해도 해볼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학교는 다르게 반응했다.
아이에게 문제아 딱지가 붙었고,
나는 결국 아이의 생각을 막아서야 했다.
그래야 그 아이가 덜 다칠 테니까.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고, 곧바로 학원에 간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모범생이 되어 간다.
그런데,
질문은 없다.
호기심도 없다.
수학 문제는 열심히 푼다.
하지만 왜 그렇게 푸는지는 묻지 않는다.
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게 더 큰 문제다.


나는 믿는다.
미래에는
질문할 줄 알고, 토론할 줄 아는 사람.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접근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게 바로 괴짜다.
그리고 그런 괴짜가 없다면, 우리는 결국 다른 나라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일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분명해진다.
한때는 꼼꼼한 장인정신과 완벽주의로 세계를 선도했지만,
지금은 빠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꼼꼼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건 분명히 한국 사회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그 속도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방향은 늘 다르게 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바로 괴짜들에게서 말이다.


미국은 괴짜에게 돈을 투자한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조롱받던 것이,
몇 년 뒤엔 전 세계를 바꾸는 기술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안다.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우리 사회는 아직 괴짜를 불편해한다.
롱패딩이 유행하면, 온 나라 학생이 똑같이 입는다.
거리의 차들은 회색 아니면 검정뿐이다.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까지 유행을 따른다.
질문하지 않고, 다 따라 하기만 한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


나는 생각의 기본 단위가 '차이'라고 믿는다.
차이를 느껴야 새로운 생각이 생기고, 그 생각이 쌓여서 결국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주고 싶다.
새로운 공간, 낯선 문화, 실패해도 괜찮은 시도.
경험은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교육은 그다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질문이라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한 발짝 옆으로 비껴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허용하는 사회다.


우리는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우선은 우리 세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다음은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사회가 바뀌어야 하며,
기업이 바뀌고,
결국 나라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세대는 다양성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괴짜에게 얼마나 너그러울 수 있을까.
다음에 누군가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 다름을 한 번쯤은 지켜봐 주자.
그 속에, 미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괴짜가 더 많은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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