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남 좌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부자이지만 좌파이다.”라는 말입니다. 나는 부자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도덕적인 부자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한다면 이 말은 모순적입니다.
좌파는 빈자들의 논리이며 우파는 부자들의 논리입니다. 좌파는 평등을 추구하고 우파는 자유를 추구합니다. 좌파는 끊임없이 분배를 요구하고 우파는 끊임없는 성장 없이 분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좌파는 공동체를 우선하고 우파는 개인을 우선합니다. 공동체를 우선하므로 좌파가 도덕적이라 주장할 수 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입장에서는 우파가 오히려 도덕적입니다.
그러므로 좌파와 우파는 도덕적인 개념이나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향과 개인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따른 입장의 차이일 뿐이며 언제든 변화가 가능합니다.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두자는 것이 우파적인 입장이며 국가가 적극 개입해 해결하자는 입장이 좌파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좌파는 ‘큰정부’를 우파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좌파는 규제 강화와 세금 인상을, 우파는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의 개입 정도에 따른 결과입니다.
‘강남 좌파’가 등장하거나 자신의 이념적인 입장을 숨기는 ‘샤이 좌파, 샤이 우파’가 등장하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지배적인 이념에 억압 받고 있거나 좌우의 이념을 도덕적으로 생각하는 오해에서 나타나는 일입니다. 흔히 좌와 우는 갈등과 대립 상태에 있고 도덕적인 허울을 둘러싸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반대 입장을 배격하는 경우가 많아서 또한 그렇습니다. 자기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상황에서 어떤 편이 나을지 판단하면 쉽게 좌와 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상황에 무관하게 우리 공동체 전체에서 시급한 방향을 생각할 때 초월적인 입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겉멋으로 하는 ‘강남 좌파’가 아니라 진정한 ‘강남 좌파’나, 타고난 멋쟁이 귀족이었지만 평민들의 편에 선 로마의 케사르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