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힘, 정치력-인정하며 물러서기-강태공
힘과 힘이 부딪히면 갈등이 나타납니다. 이는 싸워 승부를 가리거나 서로를 인정하고 물러서는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멋진 방식으로 후자의 방식을 보여 준 사람이 강태공이었습니다.
강태공姜太公은 주무왕周武王을 도와 은주왕殷紂王을 멸망시킨 주왕조의 창업공신이었습니다.
강태공은 은주왕을 멸하기 위해 출정하는 길을 막아선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죽이지 않고 인정하고 물러서는 여유를 보여주었습니다 ·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孤竹國의 형제였습니다. 아버지는 동생 숙제에게 왕위를 잇게 하려 했지만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양보를 했고 백이마저 아버지의 명을 어길 수 없다며 도주합니다. 숙제는 형을 따라 나섰고 결국 왕위는 다른 아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서백창西伯昌이 노인을 잘 돌본다는 말을 듣고 의탁하러 갑니다.
그런데 주나라에 가보니 서백창은 이미 죽었고 뒤를 이은 서백창의 아들 무왕이 서백창을 문왕文王으로 추존하고 위패를 싣고 은나라 주왕을 치기 위해 출정하고 있었습니다.
백이와 숙제는 왕이 탄 말의 고삐를 잡아 멈추어 세우고, “부왕이 돌아가시고 아직 장례도 끝나기 전에 무기를 손에 잡았으니, 효孝라고 할 수 없겠소. 또한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려고 하니 인仁이라고 할 수 있겠소”라며 길을 막아섭니다.
백이와 숙제는 왕의 행차를, 더구나 의로운 전쟁을 표방하고 출정하는 군대를 막아선 것이었고 이는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왕의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백이와 숙제를 죽이려 할 때 강태공은 단호한 한마디의 말로 그들을 제지합니다.
“이들은 의로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두 사람을 부축해 돌려 보내도록 합니다.
강태공은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하고 불에 달군 구리기둥으로 걷게하는 끔찍한 포락지형炮烙之刑의 폭력을 행사한 은주왕을 토벌하는 의로운 전쟁을 막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부정하는 자들 역시 ‘역도’입니다. 하지만 강태공은 막아서는 백이 숙제와 구구한 논쟁을 벌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의로운 사람'이라며 인정하고 깨끗하게 물러섭니다.
강태공은 대의를 명분으로 진군하는 길이었지만 또 다른 대의가 있을 수 있음을 주저하지 않고 인정했습니다. 반대의 입장을 가진 자들과 논쟁할 상황이 아니었으며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달라 논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강태공이 그 자리에서 그들의 피를 뿌렸다면 진군하는 군사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상 최고의 의인들을 죽였다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강태공은 불필요한 대립과 논쟁에서 물러섰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판단은 역사가 할 것이라는 긴 안목을 강태공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태공은 역사 속 사람이었지만 백이와 숙제는 역사를 초월한 이념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논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부딪히지 않고 비켜갈 수 있도록 강태공은 배려했고 이는 가장 적절한 방식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대립할때 결국 서로를 소멸시키려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도 있지만 일단 서로를 인정하는 여유를 보이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인정할 가치가 있는 자들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므로 늘 물러설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