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힘, 정치력(원고)-몸으로 물러서기-이윤
근거가 분명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신의를 얻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고 한비자는 말했고 그 사례로 이윤과 백리해를 들었습니다.
<사기>에는 이윤이 탕왕 가까이 몸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윤은 이름을 아형阿衡이라 했다. 아형이 탕을 만나고자 했으나 통로가 없자 유신씨有莘氏의 혼수품인 잉신媵臣이 되어 솥과 도마를 메고 탕에게 가서는 음식의 맛으로 유세해 왕도를 실행하게 했다. 혹자는 “이윤은 처사였는데, 탕이 사람을 시켜서 그를 맞아들이고자 했으나, 다섯 번이나 거절한 뒤에야 비로소 탕에게 가서 그의 신하가 되 어 소왕素王(무관의 제왕)과 구주九主(아홉가지 유형의 군주)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말한다.(사기, 은본기)
유비가 제갈량을 얻은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니라 ‘오고초려五顧草廬’로 은탕왕이 이윤을 얻었다면 은탕왕은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가 깃들 나무를 찾듯 신하가 왕을 찾고 개인이 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더 일반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윤이 ‘소왕과 구주’에 대해 탕왕에게 설파를 했고 탕왕이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면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왕 주변에는 늘 뛰어난 사람들이 있고 그들 사이의 경쟁도 있으며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기>도 “아형이 탕을 만나고자 했으나 통로가 없자”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윤은 스스로 종이 되었고 요리사가 되었습니다. 왕의 음식을 담당하는 요리사가 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신뢰를 얻었다는 말입니다. 그런 후 이윤은 요리보다 더 중요한 왕도를 설파했고 탕왕의 오른팔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애’란 ‘공통성’이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공통성’이란 우선 ‘몸’으로 함께 있을 때에 가장 쉽게 발생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을 찾아서 일단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함께 있으며 능력을 펼쳐 보인다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