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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린 Sep 09. 2024

묘한 자유로움

사생활 보호필름을 끼운 듯한

미국에 온지 3주가 지났다!!

시차적응도 완전히 다 했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이 세계의 생활에 열심히 적응중이다.

무언가 여기는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내릴만큼 오래 살진 않았지만, 3주만 살아도 느낄 수 있는게 많다.


첫번째는, 사람사는거 다~~~ 똑같다는 것이다. 그게 미국이든 한국이든 설령 그게 생각지도 못한 외국일지라도.

여전히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고 여전히 루틴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생활이다. 그저 행복은 내가 어디에서 살고 내가 무엇을 먹는지에 달렸다기 보다는 내가 내 생활에 만족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충분히 느끼면서 살고있는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 하루 너무 눈부신 햇살을 보며, 비가 오늘 날 특유의 풀 냄새를 맡으며, 내 살결에 닿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딜가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일거다.


두번째는, 미국이 다양한 문화를 가진 나라인건 옛부터 알았지만 진짜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미국 시민권자도 많다. 저엉말 다양한 악센트가 있다. 어딜가도 다양한 언어가 들린다. 영어를 못해도 여기 local 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운전면허를 보고 내가 시민권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내가 언제 내 나라로 돌아가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눈이 마주치면 웃는다. 모르는 사이에도 유쾌한 농담이 자연스럽게 오고 간다.  칭찬을 주고 받는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말 건네는게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각자의 묘한 선이 있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며 각자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세번째는, 땅 덩어리가 커도 너무 크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한국에서도 혼자 덜덜 떨면서 운전대를 잡는 편이다. 무서운건 죽어도 안하는 편. 근데 미국 온 후 일주일 뒤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 나 운전해야겠다’라는 말이 나오게 한 동네다. 과장 조금 보태서 그냥 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 아니면 우버타면서 지갑에 구멍난거 마냥 줄줄 돈이 샌다 ). 배고파서 어디 뭐 하나 사려고 나가는 것도 일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비몽사몽한 채로 먹을거부터 가방에 넣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괜히 초코바 같은 간식, 대빵만한 물통을 들고 다니는게 아니다. 다음번에 미국에 온다면 내 집과 내 차를 마련할만큼 능력이 될때 와야지 다짐 백번도 더했다.


네번째는, 뭐든지 혼자하고 얼굴을 가리는걸 싫어한다.

미국와서 자동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좌석은 훤히 안이 다 보이고 뒷자석만 선탠이 조금 된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나 코로나 이전에는 마스크도 잘 안쓴다. 얼굴을 가리는 등 신원이 확인이 안되고 숨기는 듯한 상황을 조금 경계하는 듯하다. 그리고 집 창고들에 고치는 도구들이 쌓여있다. 워낙 고장나서 누군가를 부르고 하는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싸다보니 그냥 혼자서 기계사서 뚝딱뚝딱 고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실제로 지내고 있는 집 마루도 집주인분이 직접 깔으셨다고..)


아무튼 생각나는 것만 그냥 주저리 주저리 적어봤다. 뭐든 장점만 있는 곳 없고 단점만 있는 곳 없듯 각자 자기 상황에 맞는 곳에서 살아가면 되는거군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여행을 해보면 항상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도 날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나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없는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 내가 마음가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나일 수 있는 자유로움. 여행가면 평소에는 입지 않는 스타일의 과감한 옷도 꺼내서 입어보고 말도 평소보다 크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자유로움. 아직은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생활중이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들을 마음껏 드러내고도 행복할 수 있는 곳. 사생활 보호 필름을 끼운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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