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을 남기고 올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공부도 여행도 소소한 즐길거리도 운동도 어느 하나 빼먹는 거 없이 다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야. 늘어나는 욕심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체력과 한정된 시간들.. 욕심을 통제하는 것 또한 가져야 할 지혜인 듯하다.
달력을 꺼내서 학교가 쉬는 날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보통 하루 이틀 쉬는 날은 월요일이나 일요일이라 여행 가기 딱 좋다. 그래도 오기 힘든 미국, 왔으니 다- 즐기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골랐다. 짧게, 혼자 가는 여행인 만큼 짧은 시간에 다 즐길 수 있고 치안이 좋은 여행지라고 생각되는 보스턴으로 2박 3일 여행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초반에는 오 딱 다 보고 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으나 뒤로 갈수록 2박 3일이 짧게 느껴졌다.
사실 어디를 여행해도 마찬가지인데, 여행자 신분으로는 ‘여행지’를 충분히 즐길 수는 있지만 현지인처럼 여기저기를 구석구석 다 둘러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매번 여행을 가면 느껴지는 뭔가 모를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리에 놀러 가서 에펠탑이 보이게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순 있지만 에펠탑이 보이는 잔디밭에 돗자리 펴고 앉아 하루종일 책 읽고 노래 듣고 낮잠 자고 멍 때릴 여유는 없는 것도. 유명한 맛집은 갈 순 있지만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가는 아지트가 되는 경험을 하기 힘든 것도. 박물관 안의 모나리자는 볼 수 있지만 하루종일 그 안에서 그림 한점 한점 설명을 읽어볼 여유는 없는 것도. ( 물론 여행가면 뽕뽑을 듯이 다녀야 하는 내 기준..) 이 모든 게 여행 후 집에 들어가는 길 위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여느 때랑 다름없이 여행계획 얘기를 하면서 아쉬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모가 “아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다시 그곳에 갈 여운을 하나 두고 오는 거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쉬움’보다 ‘여운’이라는 말이 나는 참 좋았다. 여운을 남긴 곳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기든 아니든 그곳에서의 내 기억을 조금 남겨놓고 오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무튼 지금까지의 여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내 취향껏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일단 나는 여행을 가면 해 뜰 때 해질 때 공원이나 바다처럼 광활한 자연에 있어야 한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햇살이 뜨겁든 부드럽든 그냥 산책하고 앉아있으면서 그곳의 자연과 공기를 그대로 느끼는 게 행복이기 때문이다.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참 이쁜 공원들이 많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boston common에서 해의 출퇴근을 지켜볼 것이다. 이렇게 기대되는 여행은 오랜만인 거 같다. 얼른 가고 싶은 마음이야. 선글라스를 끼고 햇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줄 이어폰으로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