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리고 건강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걸 잃지말자'는 말이 있다. 뭐든 익숙해지면 감정은 무뎌지기 마련이고 감정이 무뎌진다는 건 나에게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을 기억의 가장 밑으로 보내어 버린다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또 다시 소중함을 알게되는 순간은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순간이거나 소중한 걸 잃은 사람을 볼때이다. 소중한게 없어져봐야 소중했구나 라는걸 알게되고 또 한번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익숙해지지 않겠다 다짐한다. 그렇지만 소중하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되니이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지고 또 다시 기억의 가장 밑으로 보내어 버리는 실수를 하곤한다. 사람마다 '소중한 것'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걸 잃지 말자'를 들었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건강, 그리고 가족이다. 사실 이중에서도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건 건강이다.
건강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에 앞서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참 죽음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죽음이 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건지...내가 한순간에 없어지더라도 세상은 평온하게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또 일상을 살아가겠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죽음 이후의 얘기는 아무에게도 들을 수 없기에 이렇게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하루는 정신과 교수님께서 "의대생들이 죽음에 대해서 다른사람보다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난 이말을 듣고 매우 공감했다. 내가 의사가 되고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죽음과 관련이 있다. 처음 의사가 되겠다 결심한건 어린시절 전쟁이 나도 의사는 안죽인다는 말을 들었을때였다. 두번째로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그에 이르는 과정과 그에 관련한 학문을 공부하면 조금이라도 덜 무서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공부한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건 아니더라. 여전히 죽음은 무섭지만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다가 보면 반대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사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게 아닐까. 죽음은 우리의 삶을 '유한'하게 만들고 그런 유한함은 우리의 삶에 원동력을 불어넣어준다. 단 한번뿐인 인생이기에 내 인생의 선택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고 내 선택에 따라 살아내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더 가치있어 지는 것이다. 물론 한번뿐이기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남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아쉬움과 후회 또한 한번뿐이기에 남을 수 있는 가치인 것이다. 삶은 너무나도 짧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삶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짧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얘기하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인생이다. 매일매일 눈을 뜨는게 기적이다. 내가 자는동안 내 몸이 잘 작동했다는 것, 일어나서 학교를 가거나 출근하는 사이에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 내가 원하는 메뉴로 점심 저녁을 잘 챙겨 먹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긴 시간 출퇴근을 하면서도 안전하게 다시 우리의 집으로 돌아와 지나간 각자의 하루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게 감사함 투성이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면 사실 죽음은 무서워할 존재라기 보다는 내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게 속편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또한 이루고 싶은게 참 많다. 공부도 잘 해내고 싶고, 당장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와중에는 자격증 시험도 최대한의 효율로 잘 해내고 싶고 그렇다. 쉽게 말해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성취해내고싶은 꿈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꿈들에게 다가가면서도 내가 늘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할건 나의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맛있는 음식먹기, 자유롭게 두발로 걸어서 어디든 가기, 친구를 만나 시덥잖은 얘기들을 하면서 웃기.. 모든 일들은 더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니까. 밥도 귀찮다고 거르지 말고 꼬박꼬박 먹어야하고, 마라탕도 너무나 맛있지만 조금은 절제해야하고, 운동도 일주일에 최소한 두번이상을 해줘야하고, 잠도 적어도 5시간은 자줘야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늘 건강해야하는것은 잊지말것. 매 순간 순간을 건강함으로 채우지는 못하겠지만, 건강이 소중한 가치라는 것은 의식적으로 인지해야하고 유지하려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내 몸을 갈아 넣으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 말자. 매일매일 무언가를 하게 되면 사실 갈아넣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