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산 / 2장

2장, 사살작전

by Everett Glenn Shin

이장은 해당 개체의 사살 또는 포획 요청을 경찰서와 행정 부서에 올렸다.

‘인명피해 개체 제거 특별작전’이란 명분 하에 군부대와 환경부 요원들이 합동으로 투입되었다. 그 중에는 정 노인의 손자이자 장례식의 상주였던 특수부대 출신 정윤성 대위도 끼어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을 산그늘마을에서 보냈고 산에 자주 드나들었기에 작전지역의 지리에 밝다는 것이 선발 이유이기도 했다.
정윤성 대위는 작전명령서를 받은 날 밤, 묘하게 들뜬 감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이번 작전 중 할아버지를 죽게 한 그 녀석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건 복수심과는 다른 기대감에 가까웠다.

어린시절부터 할아버지가 말하던 산신이란 존재를 그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작전내용이 적힌 서에는 ‘맹수 T-07 제거 혹은 생포’, ‘산그늘 마을 인근 주민 보호 최우선’, 그리고 ‘최대한 민간인 노출 방지’ 같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문서의 중간쯤, 할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사건이 기록돼 있었다.
그는 오래도록 그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작전 투입 셋째날 밤 윤성은 예전에 함께 근무하여 안면이 있던 길태호 중사와 한 조가 되어 동쪽 능선의 야간 순찰을 맡게 되었다.

그는 다수의 파병을 통한 풍부한 실전 경험은 물론 전 육군 부사관 사격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군인이었다.

“길중사님 잘부탁드려요.”

“에이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들은 열화상장비와 바디캠 등 순찰에 필요한 장비를 착용하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짙은 안개는 시리도록 조용한 침묵을 머금고 있었다. 밝은 보름달이 눈내리는 산을 밝게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들은 소총과 실탄이 든 탄창을 수령한 뒤 순찰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작전지역 경계선에는 무인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들은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능선을 따라 걸었다.

그들을 비추던 보름달이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무렵 윤성은 문득 뒷통수가 따가움을 느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기분.

그는 같이 걷던 길태호 중사에게 조용히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때 검은 어둠과 흰 눈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짙은 안개 속에서 그 동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랑이.마치 윤성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 짐승은 낮은 소리로 조용히 으르렁거렸다.

윤성은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검지를 방아쇠에 걸고 조준기를 통해 그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방아쇠에 올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듯 했으나 윤성은 쏘지 못했다. 쏘는 순간 무언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고 말 것 같았다. 다음 순간, 윤성을 지켜보던 호랑이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뒤늦게 호랑이의 존재를 발견한 길태호 중사가 총구를 들어 사격했으나 이미 호랑이는 눈길 위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며 숲의 깊은 곳으로 사라진 뒤였고.뒤늦게 발사된 총알은 호랑이의 발자국에 날아가 박혔다.

다음날 아침 소탕작전의 사령관은 마을회관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로 윤성을 불렀다.

“호랑이를 살려보냈더구만. 충분히 쏠 수 있었는데도 말이야!”

뒤늦게 바디캠의 영상을 확인한 사령관은 윤성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는 거 아닌가!

”호랑이가 공격한 건 사람이 먼저 산의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입니다.그건 단순한 짐승이 아닙니다, 사령관님.”

”무슨 의미지?

“직접 눈을 마주쳐 보면 알 수 있습니다.단순한 맹수가 아닙니다. 이건 자연의 경고입니다.”

사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정윤성 대위. 당신은 군인이야. 개인의 감정에 휘둘려 판단하면 안 된다. 그 개체는 위험 생물이야, 이번 작전은 제거가 목표다.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잖는가.”

“인간이 그들의 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자네는 작전 제외야. 별도 명령이 있기 전까지 숙소에서 대기하도록.”

윤성은 호랑이와 마주한 날 이후로 매일 밤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처음 산에 올랐던 날의 꿈을 꾸곤 했다.

윤성이 어렸을 때 정 노인은 소일거리 삼아 약초를 캐기위해 산에 오르곤 했다. 그러다 특별히 험하지 않은 산에 오를 때에는 윤성을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윤성아 산에서는 너무 크게 떠들면 안돼.

항상 주의를 집중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해. 산은 산신님의 영역이거든.

갑자기 바람소리, 나뭇가지 부딪히는 소리 소리, 산새 우는 소리, 낙엽이 바들바들 떠는 소리 등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단다.

그럴 때에는 얼른 허리를 곧게 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해. 산신님이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있다는 뜻이거든.”

항상 주의를 집중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해. 산은 산신님의 영역이거든.

갑자기 바람소리, 나뭇가지 부딪히는 소리 소리, 산새 우는 소리, 낙엽이 바들바들 떠는 소리 등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단다.

그럴 때에는 얼른 허리를 곧게 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해. 산신님이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있다는 뜻이거든.”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 일이었지만 유독 할아버지의 그 말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덕에 이번에 호랑이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3장. 산 그늘 아래서

윤성은 며칠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계속 호랑이의 그 눈빛을 떠올렸고, 산에 다시 오르고 싶다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성은 시내의 한 카페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그늘산 / 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