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기
복숭아나무 앞에 섰다.
잎 사이로 제법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들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었다.
겉보기엔 풍성하고 아름다웠지만
가지를 휘게 만들 만큼 열매의 무게는 제법 묵직해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열매 하나하나가 자라는 동안
이 나무는 그 무게를 고스란히 버텨내고 있었다.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때로는 비에 젖고 곁가지가 꺾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열매를 떨어뜨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자연의 이치를 바라보며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열매는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붙어 있어야 자란다.
매달려 있어야 완성된다.
조금 일찍 떨어지면 낙과가 된다.
먹을 수는 있어도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고
누구도 손에 담지 않는다.
그저 땅에 떨어진 열매일 뿐이다.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나의 삶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책임, 어떤 관계, 어떤 위치도
그 무게를 감당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열매’라 부를 수 있다.
버틴다는 말은 그리 멋진 말은 아니다. 버텨본 사람은 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의미도 없고 힘겨운지? 하지만 어떤 결과도, 완성도
버티는 시간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복숭아나무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무게를 견딘 시간만큼 열매가 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