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 나를 깨어 있게 한다
> 삶은 저장되지 않는다. 오늘의 에너지는 오늘 걸어야 하고, 오늘의 기도는 오늘을 지켜줄 뿐이다.
루틴은 하루짜리다
매일 아침 7시 30분, 나는 집 앞에 있는 구름산에 오른다.
250미터 남짓한 산길을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몸에 열이 돌고, 숨이 트인다. 생산 활동을 마치고
오후 9시 30분부터는 기도 시간.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 마음과 생각을 조용히 정돈한다.
이 루틴은 매일 반복된다. 지독히도 반복을 싫어하는 내가 지키는 유일한 반복 행동이다.
왜냐하면, 이 루틴들은 유통기한이 하루짜리이기 때문이다.
어제 걸었던 산책이 오늘의 에너지를 보장하지 않는다. 어제 드렸던 기도가 오늘의 평안을 지켜주지 않는다. 삶의 감각과 리듬은 매일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만 유지된다.
멈추면 굳고, 쌓으면 탁해진다
하루를 살고 나면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몸은 다시 뻣뻣해지고, 마음은 다시 흐려진다. 신기하게도 감정도 생각도 믿음도,
그날그날 사용하는 분량이 정해진 느낌이다.
문득 떠오른 것은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이다.
그들은 매일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를 받아 살아갔다. 쌓아두려 하면, 그것은 썩고 변질되었다.
살아 있는 것에는 순환이 필요하다.
움직이고 흘러야 한다. 정지된 순간부터 우리는 무뎌지기 시작한다.
루틴은 살아 있는 흐름을 위한 도구
루틴은 그런 의미에서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장치다. 감정도, 기도도, 사랑도
그 자리에서 흘러야 살아 있다.
멈춘 감정은 굳고, 쌓인 생각은 탁해지고,
미뤄둔 기도는 서서히 칼날을 무뎌지게 만들어 삶의 분별력이 상실된다. 나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
루틴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게 도와준다.
매일 다시 걷고, 매일 다시 기도하고,
다시 나를 깨어 있는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의무가 아닌 리듬, 반복이 아닌 회복
루틴은 의무가 아니다.
그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준선이고, 삶의 방향을 매일 다시 조율해 주는 리듬의 틀이다.
그래서 나는 루틴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흐르기 위해서.
굳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게 움직이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걷고, 기도하고, 일하고, 사랑한다.
이 하루짜리 인생을 온전히 순환시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