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서 바라본 가족의 일상
안녕하세요, 저는 5남매 집 현관 신발장입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이 가족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게 제 일이에요. 오늘은 제가 품고 있는 신발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각자 참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거든요.
## 새벽 5시, 워커의 독백
"또 나야, 또."
매일 새벽 5시, 가장 먼저 깨어나는 건 워커입니다.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주인의 발을 맞이하죠.
"친구들은 용돈 받는다던데... 왜 우리 주인만..."
워커는 투덜거리지만, 끈을 매는 주인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해병대에서 전역한 이 집 큰아들 숙달된 조교처럼 신속하게 움직이네요. 아참 캐나다 워킹할러데이 마치고 귀국해서 대학에 복학 한지 얼마 안 된 티가 나거든요.
## 아빠의 크록스 형제의 갈등
한쪽 구석에서는 매일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야, 넌 맨날 정원에서 흙투성이로 돌아와!"
최근에 온 멋진 크록스가 형에게 화를 냅니다.
"그게 내 일이야. 너는 발가락 사이사이 디자인이 멋지다고 해서 샀는데, 막상 신어보니 불편하다며?"
낡은 크록스 형이 대답합니다.
아빠는 결국 정원일 할 때마다 낡았지만 발에 딱 맞는 형을 선택해요. 멋진 동생은 서운하지만, 형은 뿌듯합니다. " 낡았지만 편하고 부드럽고 이건 정가 주고 산 보람이 있어."
## 엄마의 원트랙 마인드
엄마 구역은 단순 명료합니다.
"난 한 가지만 파는 스타일이야."
최근 산행을 시작한 엄마는 등산화 한 켤레와 매일 다정하게 지내고 있어요.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이죠. 성격상 끝까지 신다가 완전히 낡으면 매장에서 바로 갈아 신고, 신던 건 버리고 오는 스타일이라고 하네요.
"이번엔 얼마나 오래갈까?" 등산화가 혼잣말을 합니다.
## 딸의 운동화 파티
반대편에서는 매일 파티가 열립니다.
"오늘은 누가 나갈까?"
"나야 나! 러닝 하는 날이잖아!"
"아니야, 미팅 간다며? 내가 더 예뻐!"
"미팅에도 운동화를 신고 간다고?"
첫째 딸 구역에는 운동화만 5켤레가 넘어요. 러닝을 좋아하는 딸은 심지어 미팅에도 운동화를 신고 나갑니다.
운동화들은 매일 누가 선택받을지 몰라서 설레고, 경쟁하고, 때로는 질투하기도 해요.
## 막내딸의 혁신 아이템
그런데 최근 우리 신발장에 화제의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안녕, 나는 주방장화야!"
하얀 고무장화가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했어요.
"주방장화? 그게 뭐야?" 다른 신발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는 막내 주인이 손목에 터널증후군이 생겼다는 주인 알바생활의 대가야 전문가답게 아르바이트할 땐 늘 나를 데려고 다니지. 각종 위험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게 내 역할이지!"
주방장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알바 선배들이 "역시 경험자네!" 하며 칭찬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 신발장이 본 가족회의
가끔 5남매가 모두 모이면, 저 아래서 이런 대화를 들어요.
"첫째, 둘째도 나도 거의 용돈 없이 버텼어."
"당연한 일이야."
"각자 알바 스토리 시작하면 끝이 없어."
그럴 때마다 신발들도 수군거려요.
"우리 주인들 참 대단하다."
"각자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
"워커, 넌 정말 고생 많아."
"주방장화도 파이팅!"
## 오늘도 계속되는 이야기
방금 새벽 5시가 되었습니다.
워커가 또 한숨을 쉬며 일어나네요. "사나이는 다 그런 거예요. 다녀올게요"라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가 마음속으로 "하나님, 오늘도 지켜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소리도 들려요.
저는 신발장으로서 이 가족을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각자 다른 무게를 견디고 있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만큼은 똑같다는 걸요. 워커의 작은 손길에서, 주방장화의 당당함에서, 크록스 형제의 투닥거림에서, 운동화들의 경쟁에서, 등산화의 묵묵함에서.
오늘도 신발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립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신의 현관에서 "그때 참 열심히 살았지" 하며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신발장이 지켜본 우리 가족의 오늘은,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