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의 기준

출애굽기 18장 21절

by 한정희


> “또 자네는 백성 가운데서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사람,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서 거짓이 없으며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을 뽑아서, 백성 위에 세우게.”
(출애굽기 18:21 RNKSV)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싶다는 설렘으로 낯선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나이 예순에 시작하는 배움은 가볍지 않았지만, “3개월만 버티자”는 다짐이 있었다. 그러나 계약이 임의로 바뀌는 순간부터 마음은 무거워졌고, 몸은 곧바로 반응했다.

소화가 되지 않고, 깊은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억지로 하루를 버티려 했지만, 몸은 정직하게 속삭였다.
“이 길은 네 길이 아니야.”

나는 오랫동안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을 지켜왔다.
출애굽기 18:21은 그 기준을 이렇게 말한다.

능력과 덕을 갖추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참되어 거짓이 없고,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사람.

나는 평생 이 말씀에 기대어 사람을 분별하고, 그 방향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발을 디딘 곳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약속은 쉽게 바뀌었고, 신뢰는 무너졌다.
내 마음은 잠시 합리화를 시도했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건강이 무너지는 순간,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네가 있어야 할 자리는 여기 아니야.”

남편의 권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당신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데, 그만두는 게 맞아.” 그 말이 이상하게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하나님이 가족의 입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신 것 같았다.

어떤 곳이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일까?

출애굽기의 말씀처럼,

능력과 덕이 함께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자리.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기준이 되는 자리.
참됨과 정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리.
그리고 부정직한 소득을 싫어하는 가치가 살아 있는 자리.

그런 곳에서라면, 몸은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마음도, 몸도, 말씀과 하나 되어 평안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억지로 버티지 않으려 한다. 몸의 신호는 하나님의 또 다른 언어이자, 내 삶을 지키는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그 신호를 귀 기울여 들으며, 오늘도 기도한다.

“주님,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보여주소서.
제가 지켜온 기준과 합당한 곳에서,
제 남은 날들을 기쁘게 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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