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제대한 아들 오토바이

내려놓기

by 한정희

막내아들이 제대했다. 해병대 입대식 때 속절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자세한 부대 내 이야기를 안 해서 모르지만, 사건사고가 많았을 거라는 심증은 가졌다. 물증은 없었지만. 말이 없는 아들이라 막내답게 잘 지내는 것으로 믿었고, 그 믿음대로 무사히 제대했다.

제대와 함께 온 가족이 모였다. 저녁때쯤 동네 입구에 들어서는데 멋진 오토바이가 서 있었다. 배달용도 아니고 귀티가 나는 모습이었다. 어디서 봤는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지?"

뒤통수가 따끔하게 느껴지면서 집에 도착했다. 방 안에 아들이 지고 왔던 해병대 가방이 있었고, 헬멧도 놓여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동네 입구의 그 오토바이가 우리 아들 것이라는 걸.

제대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쉬쉬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뭔데~"

큰딸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엄마, 아무리 반대하고 이야기해도 소용없었어요. 그냥 조금 타다가 팔겠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청천벽력이었다.

남편과 나는 유난히 오토바이를 싫어한다. 그 싫어하는 오토바이를 막내아들이 제대와 함께 몰고 왔다.

며칠 전, 나는 방을 정리하면서 아들의 오토바이 미니어처를 가방 속에 넣어 숨겨뒀었다. 바라보고 매일 생각하는 것의 효능을 알기에, 더 이상 머릿속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괜히 그랬나 보다.



어쩌지?

남편과 나는 얼굴만 쳐다봤다. 남편이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도로 상황이 오토바이 타기엔 맞지 않다. 타고 싶으면 외국에 가서 살아야 된다."

아들은 자취비용과 등하교 버스비, 시간 절약을 이유로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했다.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말에 아들은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오토바이 전동기 면허 시험에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면허증 없이 타려는 발상이 마음을 더 조이게 만들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 1번이기에 막무가내로 반대할 수도 없어서, 남편과 나는 지켜보면서 일반 승용차를 타라고 권하고 있고, 뒤에서는 기도하기로 마무리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들이 해병대에 지원했을 때도 놀랐다. 제대했을 때도 놀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놀랐다.

마음이 따뜻한 아들이 얼마나 간절히 기다리고 돈을 모았을까. 생각하니 그것 또한 안쓰러웠다. 결국엔 안전하게 타고 다니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나 또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식사를 할 때면 나눠주는 내 손길을 끝까지 쳐다보면서 "엄마 거는요?"라고 묻던 아이가 어느새 해병대를 나왔고, 스스로 돈을 모아 오토바이를 샀다.

어찌 저런 여린 마음속에 저 용기가 있었을까?

어제 아들이 헬멧을 쓰고 나가는 모습을 봤다. 등이 넓어져 있었다.

"조심히 다녀와."

"네, 엄마."

아들이 돌아보며 웃었다.

나는 창가에 서서 오토바이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자식들의 모험과 도전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애절하다. 하지만 이제 안다.

해병대를 견뎌낸 아들이라면, 오토바이도 안전하게 탈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