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적인 변호사를 그리워하는 45세 전문직 여성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통화 가능하실까요? 결혼정보 회사입니다."
그녀의 대답은 한 박자 쉬고,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네~^^ 오늘은 통화 가능하시죠? 퇴근길이라서요. 가능해요."
전화기 너머의 그녀는 30대 초반의 가녀린 여성처럼 느껴졌습니다. 앳된 목소리, 조심스러운 말투, 그러나 속엔 단단한 힘이 느껴졌죠. 첫 대화에서 저는 곧 그녀가 단순히 '결혼 상대자'를 찾고 있는 게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결혼에 관심 있으시죠?"
"아니요. 이젠... 어렵지 않나요?"
그 짧은 문장 안에 그녀의 시간, 사회의 기준, 그리고 마음속 벽이 녹아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석사 과정,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의 전문직 커리어. 그녀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해온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죠. 자신을 갈고닦아온 시간이 길었고, 그만큼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자존심도 높았습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저는 한 편의 짧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듬어진 언어, 정제된 생각, 고요한 열정. 하지만 동시에,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단단한 벽도 느껴졌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요? 회사 사내 변호사와 연애했던 때였어요."
그녀의 고백은 뜻밖이었습니다. 감정을 깊이 표현하지 않던 그녀가 처음으로 ‘그리움’을 꺼냈습니다. 자신처럼 열정적으로 일하고, 지적으로 소통하던 그 남자. 결혼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는 그녀의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후엔... 그만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다른 만남이 실망만 안겨줬어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의 그림자 속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45세가 됐어요. 저를 남자가 만나고 싶어 할까요?"
이 질문 앞에서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자신감으로 무장된 이력 뒤에 숨어 있던 불안이 비로소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늦은 나이가 아니라, 늦게라도 마음을 열고 싶은 ‘용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그 기억, 소중하죠.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용기입니다. 그때의 당신은 그때의 사랑을 했고, 지금의 당신은 또 다른 만남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녀에게 필요한 건, 낭만적인 로맨스가 아니라 그녀와 맞는 삶의 결을 가진 사람. 전문 매니저는 바로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저 프로필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깊이 듣고,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상대를 설계하는 일이죠.
퇴근길,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녀처럼 고요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들이 왜 여전히 혼자인지를, 그 이유가 운명이 아니라 '정보의 부재'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제가 운영 중인 강아지 동반 마당 대여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찾는 사람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즐기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혼잡하고 소란스러운 곳에 머뭅니다. 선택은 결국 '정보'와 '안내자'의 유무가 만들어내는 차이입니다"라고...
그녀가 곧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사랑이 꼭 영화 같은 사랑이 아니어도, 그녀와 말이 통하고,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의 여정에 내가 다니는 결혼정보 회사, 우리가 연결해 주는 만남이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있지 말고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녀를 향한 나의 생각이 현실이 되도록 저녁 내내 그녀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본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듣는 일'에서 시작된다. 퇴근길에서 통화했던 45세 여성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만들고 그녀를 향한 미래를 바라보고 티키타카가 되는 행복한 커플을 상상해본다.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는 커플매니저는 right person을 right time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오늘도 회원들을 차근 차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