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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가다 뛰는 도련님 Sep 27. 2022

프롤로그 : 자기소개서

세상 구하겠다는 내 꿈은 몇 점인가

지금 이 세상은 공정(公正)에 미쳐있다.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에 빗대어 봤을 때 지금 시대정신은 '공정'임이 틀림없다. 각종 편법에 의한 부와 지위의 약속,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의 법치주의 농락, 출생과 환경 따른 기회의 불평등, 지금 우리가 불공정에 분노하고 공정을 외치는 이유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제가 불공정 때문일까? 공정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공정이란 무엇일까?



공정이란 모든 게 정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가치'에서 말이다. 예컨대 우리는 수능이라는 제도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 사회가 정해둔 대학을 배정받는다. 우리가 대학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이미 가치에 따른 서열이 존재한다. 대학에서도 같은 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쌓아 기업을 배정받고 그에 맞는 연봉을 받는다. 언뜻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능력주의 사회이다. 자신의 가치만큼 얻는 아주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른다.



우리가 본 시험이 불공정했었나? 그건 아니다. 시험 자체는 아주 공정했다. 우리가 본 시험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의 가치를 매겨 서울대 갈 자와 그렇지 못할 자로 나눴다. 이 나라의 경제적, 문화적, 과학적 성장을 보았을 때 우리가 본 시험은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과거 수많은 식민지를 두었던 제국주의 국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걸 감안하였을 때 우리가 본 시험은 어찌 보면 위대하기까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우리 사회는 자살 1위, 저출산 1위로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되었다.



세상이 아직 덜 공정하기 때문인 건가?



필자는 헬조선의 이유를 공정에서 찾는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가치가 결정돼 있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가치가 높은 걸 추구하게끔 교육받았다. 우리가 서울대를 가야 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야 하는 까닭이다. 자연스럽게 가치가 높은 것에는 사람이 몰리고 반대인 곳은 사람이 없다. 지방보다는 서울,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등, 사회의 가치가 하나로 몰리며 가치 일변도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가치가 정해져 있으니 정답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정답만 따라가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공정한 세상에서 사람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바로 돈이다. 그러니 우리는 돈에 미쳐 주식과 부동산에  인생을 배팅한다. 운 좋으면 가치 있는 자로써 세상 살이 하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한강 가면 된다. 가치 있는 자, 가치 없는 자,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가치를 비교한다. 가치 있는 자만 만나야 하고 가치 없는 자는 멀리해야한다. 학벌, 재력, 외모, 직업, 집안...우리는 완벽해야한다.



이 모든 것은 공정한 결과이다.



미처 가는 이 세상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순리대로 순종할 것인지, 누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것인지, 아님, 내가 직접 구하는 거다. 먼저, 순리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정해진 순리대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사회가 정해둔 순리대로 그저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대부분이 돈만 벌다 죽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두 번째로는 누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이야말로 공정한 이 시대가 자랑하는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나라의 운명을 짊어졌기에 권한도 많고 그만큼의 대우도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처사이다. 그들은 공정한 세상의 승리자이기에 더한 공정만을 추구할 뿐이다. 지난 대선후보들의 공약만 보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더 공정한 세상`이다. 그 대단한 지위와 권한을 갖고 꾸준히 자살 1위, 저출산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남은 선택지는 내가 직접 구하는 것뿐이다.



2018년 1월 15일,  세상 구하겠다는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리 말하는데 내가 한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세상 구하겠다니 내가 대단한 일을 했을거라고 생각하던데 전혀 아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동이다. 방송국에서 노가다 100일,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200일, 인테리어 기사 400일...세상 구하겠다며 내가 한 전부이다.



이 부분부터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세상을 구한다는 건 대단한 일인데 내가 한 일은 별 볼일 없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세상 구하겠다는 그 자체를 이해 못 한다.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운 정답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구해서 돈 많이 벌며 사는 건데 세상 구하겠다는 건 보기에 없기 때문이다. 나를 두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다. 꿈을 말하는 데 이해를 못 한다. 기성세대가 이해 못 하는 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꿈을 꿔야 하는 청년 세대에서 같은 시선이 느껴진다.



그들은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공정한 세상이니 꿈을 꿀 수가 없다. 이미 세상이 모든 가치를 정해 놨기 때문에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 꿈을 잃어버린 그들이 내게 묻는다. 네가 대체 세상을 어찌 구하냐며 말이다. 세상 구한다는 건 대단한 사람이 하는 대단한 일인데 특별한 것 하나 보이지 않는 평범한 네가 세상을 구하겠다니 정신 차리라며 나를 가르치려 든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한 일은 공정하다는 착각이 아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이다. 내가 한 일이라곤 꿈을 꾸고 행 한 것뿐이다. 그러니 나의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완전한 기회 평등을 증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내 꿈보다 더 황당하고 큰 꿈은 우주정복 정도뿐이 없으니 나의 성공은 불가능한 꿈은 없다는 것 역시 증명하는 셈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좇아 그 꿈의 수만큼 생긴 다양한 길을 나아갈 것이다. 모두가 하나만 바라보는 정답 사회에서 정답이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님을 내가 보일 것이다.



바로 그 길이 내가 본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



이 글은 세상을 구할 나의 글의 서두이자 기업에 제출한 실제 나의 자기소개서이다. 함께 일했던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아 원기옥을 발사한다.



세상 구하겠다는 내 꿈은 몇 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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