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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65 『노동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
p17
내 의사와 상관없이 빈곤을 경험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빈곤은 관광 목적으로 체험해 볼 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빈곤은 공포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서울시장이 옥탑방 생활을 자처하며 이 폭염 중에 선풍기도 없이 가난으로 뛰어들었다. 가난 체험.

p47
가난한 사람들만 아는 절약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했다. 아파트를 구할 때 지불해야 하는 한 달치 집세와 한 달 집세에 상응하는 보증금이 없으니 결국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리면서 엄청난 방세를 내야 한다.

가난한 저임금 노동자들은 옥탑방 생활이 고된 게 아니라 악순환에 갇힌 내일없는 오늘에 절망하는 것인데 시장의 옥탑방 체험을 보니 속이 영 뒤틀렸다. 

대통령의 선풍기 선물에 화색도는 sns 게시글은 그야말로 노동의 배신이었으며 유아적 정치쇼를 보는 듯 했다.

p231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쉽게 풀어 보면 알 수 있듯이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파산할 것이며 적어도 저임금을 받으며 터무니없이 비싼 모텔에 사는 사람들은 반드시 파산하게 돼 있다.

p249
"그들은 우리보고 사기를 잃지 말라고 하지요." 그녀가 관리자들을 겨냥해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기충천해질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노동자의 친구였던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고 국회를 떠나는 운구차 앞에 나열한 청소 노동자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았다.

4,000만원으로는 그가 노동권, 여성-소수자 인권, 정치 비평 등에 바친 노력과 결실을 덮을 수 없었고, 이 정치인의 인생이 회고되는 방송은 인권 변회사 출신 시장의 가난 체험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p298
플로리다에 사는 한 여성은 뚱뚱한 빈민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먹어 대니 저렇게 살이 쪘지' 하고 못마땅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가난한 사람이 늘 건강을 생각하며 식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가난을 체험하며 선풍기와 고무신 사진을 올리는 시대착오적인 시장의 그릇된 행보는 직접 노동의 현장에 뛰어 들었고 그 삶의 이면에서 가난을 조장하는 권력과 편견에 맞섰던 정치인과 작가의 날카롭고 생생한 기록 앞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p309
"한 번 악순환이 시작되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에일 대학교 로스쿨의 로버트 솔로몬은 말한다. "점점 가속화될 뿐이예요."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임금 노동 생활에 희망이란 없으며 그건 가난을 비난하는 이들과 시스템의 잘못이지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직접 증명하는 저자의 용기와 끈기에 다시금 감격했다.

그런데 옥탑방이라니... 낯 뜨겁고 부끄럽고 부끄러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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