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이 Sep 10. 2018

171 『이 시대의 사랑』 - 최승자

문학과 지성 시인선


⭐⭐⭐⭐

p82 <자화상>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송곳처럼 찌르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응시한다. 거품을 물고 맨발로 춤을 추고 깍지 않은 손톱으로 어깨를 짓누른다.
-
최승자 시인의 첫시집은 가장 최근작인 #빈배처럼텅비어 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이 지독하리만큼 부벼대는 상처와 사랑의 꿈틀거림은 시인이 자신의 생을 털어내어 시를 쓴다는 방증이다.


p30 <삼 십 세>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를 읽기 위해 다른 노력을 하지 않도록 시만을 응시해도 충분하도록 시인은 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는 지긋지긋하고 독하고 연약한 생을 밟고 누르고 뒹그르고 범벅이 되어 시를 써내려간다.

있는 그대로

나 여기 있어요


p13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중략)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시집은 그렇게
어쩔 수 없는 고백에 이르게 한다.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이시대의사랑 #최승자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시인선 #시인 #시집 #이時代의사랑 #책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170 『마음』 - 나쓰메 소세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