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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15. 2018

229 『글로리홀』 - 김현

문학과지성 시인선


⭐⭐⭐⭐
p115 <딜런Dylan>
딜런은 엉덩이를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직감적이었다.

p196 <수전 보어맨Susan Boreman의 은퇴파티>
행크, 이건 삼킬 수가 없어요. 수전은 수전에게 실망했다. 당신만이 이걸 삼킬 수 있어요. 당신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걸 삼킨단 말입니까. 수전, 수전, 수전.

B급 문화, 서브컬쳐, 서브서브컬쳐라는 단어가 없는 세계라면 이 시집을 하나의 서사시로 부를 수도 있었겠으나 안타깝게도 혹은 아쉽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절대 상수도만 흐르는 대다수 A급 선민 시민들의 세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안보이는 것 같다.

이 시집의 제목을 보고는 설마 내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그 글로리홀이 맞는 것이며, 내가 아는 글로리홀이 그 글로리홀이 맞는지 검색해 보고는 그게 맞았으며 이 글로리홀이 그 의미가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유해 머시기로 아직 지정하지 않은 네X버의 불공평한(?) 처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것은 사실 추신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2014년에 문지사를 거쳐 나온 이 시집과 시인 김현이 가는 길이라는 게 사뭇 사무친다.

p110 <늙은 베이비 호모>
안녕, 지금도 축구화를 구겨 신고 자줏빛 여름에게서 도망치고 있을 글로리홀의 누런 뻐드렁니 호모들의 감정을 위하여. 그리고 건배.

서사시라고 부르고 싶지만 이 시집에서 열심히 흐르고 있는 소위 B급이건 서브서브컬쳐건 간에 다루는 소재들이 뿜어내는 것들에 눈물과 땀이 어찌 없겠으며, 이 시집에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속칭 '빨아준다'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 내가 질리게도 싫어하는 속된 그것과 그것의 희극적인 비극의 세계가 시인의 손에서 재창조되는 원본들의 판타지와 비슷하게 펼쳐졌다.

키스 해링의 귀여움만 사랑하는 세계에 투척하고 싶은 다리 세개들이 벌이는 무의미의 축제에 영광 영광있으라 글로리ㅎ...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세계여 안녕. 그리고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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