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박진용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브루크네리안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공학도로서 연세음악동우회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압구정에 중고음반매장을 열기도 했는데 저자는 2004년 길지않은 삶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났다.
책의 절반은 브루크너 습작 교향곡부터 0번~9번에 대한 이야기와 악보 판본, 음반평이고
나머지 절반은 20c를 지배했던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브루크너를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지만 저자와 같이 '브루크네리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많이 미흡한 나같은 사람에게 브루크너 입문서로서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브루크너'라는 실로 사회적으로 비대중적이면서 음악분야에서도 작은 비중의 음악가에 대한 '애호가'의 책을 출판한 '리수'라는 출판사와 이를 애초에 기획한 연세음악동우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 장점 중 몇을 뽑자면,
무엇보다도 음악 전문용어를 알지 못하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브루크너 서적이라는게 첫째,
둘째로는 LP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의 폐반 되지 않은 브루크너 음반들을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독실한 신앙이면에 자리잡은 브루크너의 롤리타 컴플렉스라거나 지나친 소심함에 대한 언급을 함으로써 보다 사실적이며 인간적으로 브루크너에게 접근하게 한다는 것이다.
브루크너에 대한 일단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접했지만 늦은 음악적 성공 외의 것들은 접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작곡가 개인의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서라면 번역평전이나 음악전문 출판사들의 서가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류는 나같은 일반인들에겐 너무 학술적이라는 한계를 느끼게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저자가 생전에 교향곡까지만 정리한 탓에 미사곡이나 그 외의 곡들은 소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세르쥬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는 교향곡 3번에서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낭만파 후기 교향곡 대가로서 유명한 브루크너이지만 그를 너무 교향곡의 틀 안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건 감상의 폭을 제한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가 3번에서만 소개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분명히 너무 슬픈 일이다.
첼리비다케의 연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숭고함은 청중 누구도 지휘자의 허락없는 박수를 용납치 않았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는 첼리비다케와 뮌헨 필의 1990년 일본 도쿄 산토리 홀에서의 브루크너 8번 실황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elVHvTrEM34
-
그런 생각을 한번 해본다
슈베르트 8번과 브루크너의 9번은 작곡가로서는 미완성이지만
그들을 일찍 데려간 신으로서는 완성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