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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an 17. 2016

115 인생

한국인의 밥상 160114





1

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래가꼬 설움도 엄청 받았죠.

나 아홉살 때 돌아가셨으니까


내 밑으로 동생 둘있고 나 우로 오빠가 하나 계신데

그때 당시엔 없으니까

남의 집 가 소도 키워주고...

동생 둘은 남의 집에 갔는데 저 세상으로 먼저 가고


애기도 봐주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래가 살았죠

그래가지고 어느 순간 남의 집에 산다는 게 좀 챙피해가지고 서울로 갔죠


내 팔자가 요것밖에 안 되니까 요렇게 사는가 보다 그런 생각을 많이했죠

그래왔는데 끝 것이 좋소.





2

늙어질 때까지 살다가 같이 한 날 한 시에 죽으면 제일 좋겠어요

또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애기 아빠가 너무 안타깝고

내가 먼저 살아야만이 

우리 애기 아빠가 먼저 돌아가셔야 내가 더 좋을것 같아요





3
《한국인의 밥상》을 보다 보면 어떻게 저런 인생도 있을까 하는 분들이 나온다
아껴놨다 보고 있는데 할머니의 인생사가 마치 한편의 '시'를 읊는것 같았다

시골에서 후덕한 인상으로 손님 밥상을 차려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이 다들 그렇다
자식과 남편을 먼저 보낸 할머니가 그게 인생이라며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저 먼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많은 걸 가지고도 세상 영욕을 놓기 싫어 말년이 진흙탕인 사람들이 도시엔 많다
없이 살아도 자족하면서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 조물조물 상 위에 올리는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쫓는 '발전과 돈'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것이야말로 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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