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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an 28. 2016

124 인생

오늘도 <한국인의 밥상>을 봤다 



1
두부는 대구, 명태랑 같이 넣어서 국 끓여 먹어요
조기조림에 두부넣고 끓이지
그러면 (남편이) 두부만 건져먹지, 조기보다.

돌아가신 날까쟝 내가 두부 배달했다, 저거 난전에, 성안 난전에
그날 아침에 갔다온께 그냥 돌아가셨지... 못봤어요


돌아가셨지, 
그날 아침에 "가야되겄네, 병원에." 하길래
"그러요, 그럼 옷 이놈 입고 있으시요."
옷 내놓고 
"인쟈 얼렁 난 배달하고 올게요." 했는데
그 동안에 그냥 가셔부렀어.


 

2
몸이 편찮아 부인만 시내 난전에 보내놓고 세상을 먼저 떠난 할아버지는 천식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해 두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할머니는 두부팔러 나가느라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막상 두부를 만들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것 같다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그 두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3
어릴적에 <방울이>라는 드라마를 MBC에서 방영했다
두부집 딸인 방울이가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두부를 만드는데 동네에 두부공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손님들이 끊기고 만다. 여전히 방울이네 두부를 사가던 고모(고두심)가 참 따뜻한 사람으로 등장했다.





4
두부를 좋아한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두부가 떨어졌다 싶으면 언제나 사오는지라 두부 떨어질 일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들고오는 두부는 모두 공장에서 만들어진 대기업의 제품이다

사람 손에서 만들어진 두부가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짠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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