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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06. 2016

위대한 '교과서 문학'

169  권위있는 전 국민의 문학장르

리나라 문학에는 '교과서 문학'이라는 특수한 장르가 있다. 

이 '교과서 문학'은 시, 소설, 수필은 물론 한문 작품까지 수렴하는 대단히 포괄적인 문학장르인데 전 국민이 초, 중, 고등학교에서 무려 12년간 배운다. 또한 어느 작가라도 이 장르에 작품이 등재되면 짭짤한 수입을 얻게되는 그야말로 전국민을 아우르는 상생의 문학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의 문학성, 역사성, 예술성에의 확고한 검증을 거친 작품을 
작가, 시대배경, 단어, 내-외재적 의미, 방언까지 짚어가며 착실하게 배우고 
심지어 철수-영희-선영-영수가 작품을 두고 대담하는 예시 문제까지 풀어내는 전 국민은 
이 초중고 12년이 지나면 더 이상 이 작품들과 작가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경지에 이른다. 


12년의 기간을 거쳐 '교과서 문학' 장르의 전문가가 된 전 국민은 '교과서 문학'에 등재된 작가들의 작품들은 더 이상 사거나 읽거나 논하지 않아도 되는 마스터 클래스에 이르게 되는데 그 증거를 서점에 가면 찾을 수 있다. 박경리, 김동인, 이상, 한용운, 윤동주, 김소월, 이효석, 주요섭, 백석, 정지용, 이육사, 이광수, 정철, 신사임당, 허균 등의 작품을 눈에 띄는 매대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에서 구할 수 없다

(아주 예외적으로 배우지 못한 작가의 일면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경우에는 잠깐 볼 수 있는데, 이유는 구관이 명관이라거나 저작권이 없어 책 가격이 싼 때문이다.)


이 '교과서 문학'이 이루어낸 완벽한 교육의 성취가 여기서 빛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공기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교과서 문학'이라는 장르가 그 경지에 이른 것이기 때문이다. 

경탄할만한 이 지극하고 경이로운 경지를 광복 이후 몇십년도 안되어 이루어낸 대한민국 교육당국에 어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전 국민은 어린이 날을 만들었거나 립운동이나 나라를 왜란에서 구했거나 하는 따위의 사람의 책은 더이상 읽을 필요가 없게 된다. 공기처럼 우리와 늘 함께 하니 그깟 종잇조각에 써있는 것은 유물론에서나 떠받드는 허례허식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기는 충분히 마셨으니 프랑스나 미국, 일본에서 직수입된 향수같이 아름답고 두꺼운 표지를 걸친 책들을 두루 읽어야 한다. 아무도 그 이름의 철자를 모르고 읽는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라든지 두께가 두꺼워서 향기가 더 오래간다는 하루키의 소설을 구하면 된다. 



가끔 이 '교과서 문학'에 포함되는 작품이나 작가의 책을 읽는 고등학생 이상의 사람을 발견한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의심않기를 바란다. 그들을 잘 살펴보면 꽤나 진지하고 공부만 하는 표준어만 쓰는 고루한 사람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교과서 문학'이라는 장르에 비견되지만 워낙 난립하는 탓에 그 추이를 더 지켜보고 장르로 올릴만한 몇이 더 있는데 참고하면 좋다. '~학교장 권장도서' '~대학교 권장도서'가 그것인데 거기에 더해 'SAT 권장도서'가 요즘 인기 급상승 중이다. 'SAT 권장도서'를 보면 외국의 '교과서 문학'이 어떤지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 나라에선 우리나라 '교과서 문학'만큼의 권위를 갖진 못했다. 이를 '사교육 문학'으로 통칭해서 부르자는 반짝이는 의견도 있었지만 수능 출제위원들이라는 도저히 간섭할 수 없는 지고한 학자들의 개인 의견이 워낙 주관적이라 아직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의아해하는 이들을 위해 이 '교과서 문학' 장르의 권위를 입증하는 책 몇권을 소개한다. 누가 감히 문학을 느끼겠는가! 읽어라!









p.s. 마지막으로 이 '교과서 문학'과 어울리는 <The Morning After>라는 노래를 올려본다. <포세이돈 어드벤쳐>라는 뒤집어진 배에 관한 영화다.

https://youtu.be/msgxhVgUc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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