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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1. 2016

애들은 원래 그렇다

267 그러니까 추석에 그러지 말자



애들은 원래 시끄럽고 
애들은 원래 잘 울고
애들은 원래 잘 웃는다.


조카와 함께 다니고 벌써 아이를 둘 낳은 친구를 만날 때면 아이들은 원래 그렇듯이 잘 떠들고 시끄럽게 군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를 타이르기도 혼내기도 한다. 다행히 대놓고 시끄럽다거나 버릇없다 꾸짖는 사람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이 다닌 '엄마'들은 꽤나 부끄러워하는데, 어쩔땐 주변에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볼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원래 그렇듯이 그럴 때 엄마는 원래 아이들을 타이르기 마련이다. 떠들면 타이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듯이 자리를 일어나거나 아이보다 더 요란하게 아이를 혼내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압박이거니와 압박에 대한 과장된 강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 근처의 부모들의 많은 이들이 아이를 심하게 타이르는 것은 대체로 기성세대의 훈육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목격한 따름이다. 


내 나이 즈음의 사람들은 다소 폭력적이고 다소 성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훈육을 받았다. 부모는 물론 학교 교사들에게 체벌은 물론이거니와 경우와 때에 따라서는 비인격적인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정신병을 인정하기 원치않는 변태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교회가 위임관리를 하던 독서실의 관장은 고학년 초등학생들과 중학교 여학생들을 '예쁘다는 이유'로 그들의 어깨나 엉덩이에 손을 댔고, 다니던 중학교의 나이 지긋한 선생은 공부잘하는 똘똘한 아이들의 성기를 만지기도 했다. 

명절 어른들은 남자 아이들의 성기를 '우리 강아지 꼬추'라는 미명하에 마음껏 희롱했다. 내 기억으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용돈도 주지 않던 노친네들까지 희롱에 가담했었다. (그렇게 꼬추가 좋으면 자기 것이나 만질 일이다, 변태들아)



그리고 많은 부모들과 어른들은 지나친 손길을 '칭찬'의 일부로 타협했고 이런 삐뚤어진 의식은 변태들의 성관념을 무디게 했고 사회가 방조한 과잉 애정은 성추행의 경계에서 장유유서를 들먹이는 추태를 부리게도 했다. 딸처럼 예뻐서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는 대단한 노친네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예전보다는 아이들의 권리가 이해되고 적용되었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나친 학교 경쟁, 취업 경쟁, 회사내 경쟁에 따른 전 세대의 스트레스는 아동학대의 양상을 전통적인 현상에서 일종의 정신병적 현상으로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훈육의 이름으로 일종의 학대와 폭력이 가해졌다면, 이제는 화풀이의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훈육에서 이뤄지던 체벌은 그래도 자백과 용서의 단계에서 끝났지만 화풀이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절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신체를 훼손하고 인격을 찢어버린다. 상처위에 상처를 입히다보면 사람이 뭉게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정상범주에서 훈육하는 부모들도 간혹 기성세대에게서 받은 학대에 가까운 행동에 자신의 화풀이를 더해버린다. 급속한 경제발전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전통적 방법에 현재 사회가 가하는 각종 스트레스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학대를 저질러버린다. 



지금의 20~40대의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운 성장환경을 버텼다. 언제 한번 쉰 적이 있었나 싶은 경쟁 사회에서 매몰되다시피 살아온 사람들이다. 본인이 인지했든 그렇지 못했든 말이다.  

"사는 게 힘들어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사는 게 힘들어서 재정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정서적 능력마저 수준이하인 부모는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 자격미달의 부모들이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하는 등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잔혹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특히 경제적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정서적 함량미달자들. 



얼마 전에 SBS에서 '캥거루 족'에 대한 방송을 했다. 

고등학생 때 아이를 낳은 25살 아빠, 30살 엄마가 시댁에 함께 사는 이야기가 한 분량을 차지했는데, 외벌이 가족의 수입은 월 150만원. 대략 200만원 정도를 시부모로부터 받아서 아이 셋을 양육하는 가족이었다. 아닌가... 둘이었나? 

사실 애가 둘이든 셋이든 크게 상관은 없다. 대략 월 150~200만원을 시부모에게 지원받는데 거주비와 시부모가 겪을 가사노동을 따진다면 이 비용은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부부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지만 이 정도의 철 없음은 그들이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므로 어머니, 저는 효자 축에 속합니다.)





애들은 원래 그렇다.
(뒤죽박죽 하다 갑자기... ㅋㅋ)

배고프면 울고 
졸리면 울고 
짜증나면 울고 
싫으면 울고 
맘에 안들면 운다.

배고파도 참고
졸려도 참고
짜증나도 참고
싫어도 참고
맘에 안들어도 참으면

그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참는 법을 하나씩 배워야 하겠지만 아이의 나이에 맞는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오히려 어른들이 참아야 한다.
못된 유혹
만지고 
더듬고 
때리고 
소리치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한다.





명절이면 
버릇없는 아이보다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만지려고 하고
훈계하려 하고
비교하려 하는 어른들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비교당하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지지 마세요. 니꺼 만지세요."
"저기... 집이 몇평? 연봉이 얼마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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