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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2. 2015

클래식 입문기

비발디에서 브루크너까지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낡고 재미없다는 인식과 이로 인해 클래식을 두고 얘기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끌리는 건 개인적인 취향 탓일 거라 생각한다. 



클래식, 특히 그 정점에 있는 교향곡의 매력은 사실 꽤나 아름다운 것인데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 생각이 난 것이 '책-소설'과의 비교였다.


에튀드나 10분 정도의 곡은 단편소설,

소나타나 소품곡, 10~20분의 짧은 곡은 중편소설,

40~100분에 이르는 교향곡이나 오페라나 성악곡은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에 비교하면 되지 않을까.


교향곡의 4개의 악장은 기-승-전-결이라 붙이면 꽤나 어울리는 비교라고 혼자 생각하고  재밌어한다.






이사 오면서 아버지는 전축을 들이셨다. 그리고 LP판 몇 장과 클래식 CD가 부록으로 섞여 있었다. LP판은 음악의 저장소라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장난감 정도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긁기 놀이를 했다. 그래서 기억에는 가물가물하고, CD로는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비발디의 사계가 들어있었다. 그 CD는 아마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정도의 제목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여름에 사계를 들으며 베란다 문턱에 걸터앉아 족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누나가 시끄럽다며 전축을 껐기에 고상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귀에 살랑살랑 들어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이탈리아나 독일어가 시끄러운 교과목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의 기억은 베토벤의 '이 히 리베 디 죠 비투비 암 아벤투 암 모르겐~' 띄어쓰기나 제대로 됐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클래식 음악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루한 것에서 냄새나는 오래된 신발로 격하되어버리고 말았다

베토벤과 함께 종말해버릴 뻔한 클래식 음악, 베토벤은 무슨 죄인가!!







진지하게 클래식 음악, 특히 교향곡을 들어보기로 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웬만한 곡들은 길이가 그리 길지 않으니 멜로디에 빠져서 듣겠다만 길이가 긴 교향곡은 어지간한 인내심과 집중이 아니고서는 듣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교향곡은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500p 철학책 같은 느낌이었달까?






클래식은 복잡해졌다. 작곡가의 곡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에 지휘자까지 알아야 했다. 누구누구가 연주하고 지휘한 음반이 명반이고 어떤 작곡가에 대해서는 어떤 지휘자, 연주자가 단연 탑이고......






알고 나니 재미있다. 






아직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70년도 지난 푸르트뱅글러와 베를린 필의 연주가 아직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베토벤은 허버트 본 대체로 카라얀, 말러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아바도의 지휘, 근데 말러 2번은 또 현재 베를린 필의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버밍엄에서 했던 지휘가 최고란다. 모차르트 피아노 연주는 미치코 우치다, 베토벤 피아노는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다니엘 바렌보임과 크리스티앙 짐머만, 영화 샤인에도 나와 유명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영원히 호로비츠, 피아노 협주곡의 베스트셀러인 차이코프스키 1번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르헤리치, 역시나 베스트셀러인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경화, 정경화 씨가 유럽에서는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은 동향의 므라빈스키 지휘, 브루크너는 생소한 세르쥬 첼리비다케 지휘가 범접할 수 없는 명반인데 첼리비다케는 성질만 잘 다스렸으면 카라얀 대신에 베를린의 지휘자로 반세기를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의 말마따마 베를린과 빈, 뉴욕필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그런 오케스트라인 줄 알았는데 DG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반사의 2008년 발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가 1위란다. 네덜란드에는 유명한 작곡도 없거늘 클래식 음악의 산실인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이겨버렸다.


상위 10개 정도의 오케스트라의 실력차는 매우 근소할 것이다. 매우 근소한 차이는 때때로 겪은 불가항력적 부침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14년까지  RCO의 지휘를 맡고 명예직으로 물러난 마리스 얀손스와 RCO 연주장면.








전축에 딸린 비발디 사계,

영화 '샤인' 등장했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쇼팽 에튀드,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

영화 '피아니스트'에 나왔던 쇼팽 발라드와 녹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6번 전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6번 비창,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말러 교향곡은 듣다가 실패,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모음곡 페르귄트,

브람스 교향곡 1~4번,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6번



중간중간 많은 작곡가들의 짧은 악곡들도 많이 들었는데, 

들으면서 '집중'의 필요성을 느낀 곡들을 적어봤다. 






왼쪽이 뮌헨 필을 지휘했던 세르쥬 첼리비다케(1912~1996), 오른쪽이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다.


아직까지 브루크너 6번을 듣고 있다. 브루크너는 60의 나이에 초연한 교향곡 7번을 통해 음악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기만성형인 작곡가였다. 물론 교수로 강의하면서 음악 작업을 했기에 궁핍한 삶은 아니었을게다. 브루크너 연주의 대가로 남은 첼리비다케의 막말을  어려워하지 않는 성정은 나와 비슷한 면이 있기에 이 둘이 조합된 음악이 괜히 친근한 것도 같다. 빼먹고 늦게 적지만 나도 웬만해선 늦는 편이라 대기만성형이라고 애써 둘러대며 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와 지휘자의 삶을 읽어야 할 필요를 종종 느끼는데 가만 보면 대개의 지휘자들은 장수한다. 일흔 살은 기본이요 보통 여든을 넘긴다. 암보나 지휘 등 정력적인 활동을 끊임없이 해서 그런 걸까?



또 하나, 지휘자들은 천재들이 대부분이라 인종차별도 지역주의도 없다.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만한 재능을 인정받으면 남미인(LA필의 구스타프 두다멜)도 인도인(주빈 메타)도 아시아인(오자와 세이지, 정명훈)도 최정상급 대우를 받게 된다. 미국의 관현악단과 지휘자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사실 유명한 정상급 지휘자는 20명 내외라고 한다. 그들만의 카르텔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상임지휘자를 맡으면 대개 100~150만 불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주거와 교통비등의 예우는 연봉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보통 두개의 오케스트라를 맡는 것이 그들의 관례인지라 생활터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클래식이라는 뿌리가 얕고 유렵이나 미국과는 거리상 떨어져있기도 해서 이번 정명훈 관련 논란에서 조금은 쓴 맛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수준이 낮다기 보다는, 값어치는 소비자가 느끼는 게 제값이니 서로 적당하게 조율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생각이다.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함께 DG에서 발매한 연주 음반, 물론 더 많다.

DG나 DECCA, EMI 같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음반사에서 연주 음반을 낼 수 있는 클래식 음악가는 우리나라에 정명훈, 정경화, 조수미, 백건우, 장한나와 작곡가 진은숙(진중권 씨의 누나) 정도다. 우리가 잘 아는 다른 많은 연주자들 대부분은 이 정도 반열에 올라오지  못했을뿐더러  한두 음반을 내고 정체상태다. 정명훈 없는 서울시향의 음반이 DG에서 발매되겠으며 BBC PROMS에 초청받을 수 있을까. 논란은 논란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12월 서울시향과 정명훈 지휘의 송년음악회 표를 예매했다. 아마도 R석이었던 것 같다. 



정명훈의 서울시향 마지막 송년 음악회 지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우면서도 횡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베토벤 9번을 연주한다.






클래식의 세계, 특히 교향곡의 세계에 들어올 때 유튜브의 덕을 많이 봤다.


글자만 있는 장편소설보다 그림이 함께 설명해주는 책이 더 재미있듯이 영상 실황으로 보는 지휘자의 손짓과 연주자의 열정을 살피다 보면 1시간을 집중하는 게 영 요원한 일은 아니었다.


유튜브는 정말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언제 들어도 좋은 프랑스의 자존심, 작곡가 까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이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우아한 지휘자 파보 예르비의 연주다.

화질도 좋고 BBC PROMS이 열리는 알버트 홀의 오르간도 위대하다.


귀에 좋은 2악장은 20분 50초부터 시작이다. 두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

전자 오르간으로 연주하기에는 뭔가 초라해지는 그런... 곡... 우리나라에서는... 못... ㅜㅜ


https://www.youtube.com/watch?v=F1_EDzHRY7M








두서없이 날라리 날라리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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