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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11. 2016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283, '16년 126번째 책,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책 제목보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더 유명한 책이다.


아렌트는 나치의 최종해결책, 유대인 학살이라는 범죄에 언급될만한 책임이 있음을 알지만 자신은 사악한 의도없이 법(나치, 히틀러)에 충실하고 성실했을 뿐이라는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발견한다.




이 책은 2차대전 패전 당시 독일인들을 태운 배의 침몰에 대해 다룬 귄터 그라스의 <게걸음으로>를 떠올리게 하는데, 사실과 이면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책의 세밀함과 2차 대전의 후유증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걸음으로>라는 소설이 특별하게 사실에 대한 결벽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악의 평범성은 이런 것이다'라며 설명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아이히만의 행적과 환경, 유추할 수 있는 심리와 주변인물들까지 촘촘히 엮고 엮으면서 예루살렘 법정의 모순적인 정의인식, 나치 부역자만큼 유대인 학살에 도움을 준 유대인들, 독일 주변국들의 반유대인식까지 포괄하며 '악의 평범성'이 아이히만 뿐만 아니라 아렌트의 동족인 유대인과 기타 등등에까지 해당되는 보편적인 것임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20세기 말까지 이 책이 이스라엘에서 금서가 된게 아닐까...




악의 평범성은 기울어진 광장에 동화되는 개인들에게 일어난다. 기울어진 광장에서 사람들은 지면과 수평으로 서 있으면 자신이 똑바른 것인 줄 알지만 사실 광장과 함께 모두 기울어진 비정상인 것.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고 동기화해버리며 기울어진 저울에 자신들의 삶의 무게까지 측정해버리는 것(p184).


아렌트가 책에서 말한것과 같이, 아이히만이 그렇게 손을 씻고 자신은 죄가 없다며 빌라도처럼 되어버리는 것.





그녀의 인터뷰 모음인 <한나 아렌트의 말>에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당시의 법을 준수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도 '절차'의 일부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기울어진 광장에서 살더라도 생각해야 한다고 아렌트는 끝까지 말한다.



그래야 기울어진 광장,

자신들이 주인공인 전체주의를 갈구하는 이들이 파놓은 망각의 구멍(p324)을 피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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