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기, 장강명, 정유정

331 추천하고픈 신진 작가

by 뿡빵삥뽕



한국소설보다 외국소설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10편 씩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개 외국소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죠. 거기에는 바다 건너 다른 말로 '번역'될 정도로 작품성이나 오락성이 충족되었다는 일종의 검열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아직도 순수문학의 틀에 갇혀 장르소설을 도외시하는 한국문단의 자폐증도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런 자폐에는 창작에 대한 권력과 자본의 탄압,
독서를 방해하는 암기식 공교육과 살인적 근로환경에 따른 (도서)시장 발전 저해,
결과적으로 이런 이유들이 문단의 규모를 축소시켜
일련의 몇 작가그룹과 출판사가 문단 권력을 전횡하게 만들었고
소수의 세상에서 밥그릇과 파이 모두를 발달장애로 만들어 버린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 한국문단 속에서도 신기하게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이뤄가는 작가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근래 도서시장에서 보다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작가 세분을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도진기, 장강명, 정유정







(왼쪽부터 가나다순입니다. 나이 순, 판매부수 순 아닙니다.)


도진기(49-2010등단) - 장강명(41-2011등단) - 정유정(50-2007등단)



연세(?)가 40~50대라... '신진작가'라고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 작품들을 뱉어내는 작가들인데요. 순수문학이라기에는 오락성이 강한 장르물을 쓰고, 그렇다고 단순 오락물이라기엔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창작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세 분은 나이(?)도 그렇지만 각기 특별한 이력이 있습니다.

추리 소설을 쓰는 도진기 작가는 현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사회파 작품을 쓰는 장강명 작가는 전직 동아일보 기자
스릴러 소설을 쓰는 정유정 작가는 전직 간호사

세 작가 분 모두 문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아마 그래서 기존 문단의 문법과 틀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작품들을 쓸 수 있고, 여타의 경험들이 뚝뚝 묻어나는 각기 다른 감칠맛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진기

작가의 경우 일본이나 영미 추리소설과 맞설 수 있고 더 나은 추리소설을 '우리'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하죠. 사실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이 분의 작법이 매우 독특하지는 않습니다. 독특한 성격의 인물이라든지 트릭의 전형, 특정 탐정의 시리즈 구성은 이미 20세기 100년 동안 거의 정형화 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 사실 특정해서 꼬집을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 중에서도 이분의 작품이 매우 의미 있는 것은 최근 사회문제를 다룬 '사회파'가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한국사회만의 독특한 성격과 정서를 높은 수준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판사라는 직업에서의 통찰로 여겨지는 법이 제대로 다루지지 못하는 법의 그림자를 변호사 탐정인 '고진'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죠. 최근 최순실*국정조사의 증인들이나 청와대 인사들이 법의 맹점과 구멍을 이용해서 요리조리 도망가는 모습을 볼 때면 도진기 작가의 시선이 한국에서 더욱 더 주목할만한 것임을 방증하는것 같습니다.

더욱이 경찰이나 법정의 논리와 구체적인 적용에 대한 상식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이 못하는 거라던지 절대 피해가면 안되는 것이라던지... 말입니다 ㅎㅎ


개인적인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역할 차가 너무 크다는 것.


<유다의 별> 강추합니다 ㅎ













장강명

작가의 경우 팬층이 상당히 두껍고 널리 포진해 있습니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전직 기자다운 날카롭고 뾰족한 시선이 독자로 하여금 응어리진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리저리 풀어주는게 시원하죠. 특히 <한국이 싫어서>의 경우 그 정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체와는 다르게 외모는 이상하게 훈훈 동글하시네요. ㅋ 팬이 많아요. 강묭이 횽.

이슈가 되는 친밀한(?)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고 속도 긁어주니 읽고나면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산림욕하는 기분이랄까요. 피톤치드!!

전직 기자여서 그런지 철저한 사전조사에 따른 정확한 사실들이 나열되기 때문에 독자가 길을 잃거나 의심할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기자정신이 사회문제에 보다 견고하고 치밀한 접근을 가능케 해주는 것 같습니다.

종종 수상 목적 뉘앙스의 문장들이 작품에서 발견되는건 아쉬운 점입니다. 호호호
500페이지에 달하는 신간 <우리의 소원은 전쟁>같은 경우 후반부의 인물 등장비중이 아주 조금 약간 아쉬웠다는 점도 괜히 남겨봅니다.













정유정

작가님은 이 세분 중에서도 등단(2007)이 가장 빠르고 나이도... 호호홓 가장 연장자입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동안이신데 운동 마니아라고 직접 말씀하기도 하셨죠.

40대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7년의 밤>이라는 걸작을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은 정말... 100만권은 팔려야 할 작품인데 판매부수가 아직 50만권 정도됩니다. 해외에 출판되었고 현지에서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계속 스릴러 작품을 쓰겠다고 공언했는데, 피칠갑과 인간의 잔혹함이 뚝뚝 묻어나는 류의 스릴러입니다. <7년의 밤>에선 뼈가 투두둑 끊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달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창작해내는 도전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작을 하는 분은 아니라 올해 나온 <종의 기원>이후 차기작은 3년 후에나 볼 수 있을것 같아 슬픕니다. 도진기(2010), 장강명(2011)작가에 비해 등단이 이른데도 작품 수는 가장 적네요.

물론 오랜 시간만큼 꼼꼼하고 치밀한 구성을 자랑합니다. 길치라는 본인의 성격 탓에 오히려 세밀에 세밀을 더한다는 배경과 장소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머리속에 현실감을 더해주죠.

제 개인의 경우 한강 작가님과 비교하게 되는데요.

한강 작가님은 악이나 고통을 관통하고 난 뒤의 하얀 것에 대한 시선이라면, 정유정 작가님은 '악'이라는 그 자체에 대한 탐구가 주된 시선입니다. 어느 분이 낫다고 할 문제는 아니고, 과학자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연구 분야의 차이랄까요.

더불어... 간호사라는 직업덕인지......

인체 해체작업과 표현에 무뚝뚝하고 능수능란한 표현력을 자랑하십니다.

♪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 노래가 어울릴 정도로 두두둑 타다닥... <곡성> 분위기의 소설들이죠 ㅎㅎ














연말에 괜히 이런 작가분들이 떠오른 이유는...

혼자서도 재미있게 시간 때우려구요.

나이드니 치킨도 좋고

제 방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좋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