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p313
문이 열렸다. 바로 그였다. 웬트워스 대령은 장갑을 잊었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즉시 방을 가로질러 탁자로 왔다. 머스그로브 부인을 등지고 서더니 흩어진 종이 밑에 있던 편지를 꺼내 앤 앞에 놓았다. 잠시 그녀를 쳐다본 그의 눈에는 애원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 담겨 있었다. 그런 뒤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머스그로브 부인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서둘러 장갑을 집어들고 다시 방에서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깜찍한 웬트워스 대령 같으니라고... 후후
연애감정과 남녀의 서로을 향한 시선을 섬세하게, 그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내는 것은 물론 19세기 영국의 시대상, 신분, 작위, 경제 등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돕는 책입니다.
8년전 주변의 조언(?)같은 참견때문에 헤어졌던 앤 엘리엇과 프레데릭 웬트워스 대령이 다시 재회하여 서로에 대한 감정을 재확인하면서 핑크빛 결말을 맺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상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사이사이를 잇는 매듭의 감촉이 매우 캐시미어나 앙고라같은 느낌이랄까요.
사실 영화로 먼저 봤던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오만과 편견>이나 <센스 앤 센서빌리티>나, <엠마>나 말이죠.
이런 비슷함에 대해 드라마 작가인 김은숙 작가의 발언이 있었는데 생각이 납니다.
'매번 똑같은 자기 복제아니냐'라는 질문에 김은숙 작가가 이렇게 되받아쳤었죠.
"자기복제 맞다. 그런데 그것도 아무나 못한다.
나니까 거품키스와 '애기야 가자' 같은 대사를 만들어낸 거다"
작품에 관한 시대상이나 표현이나 작위, 신분, 재산에 관한 허영과 예의라는 가면을 쓴 위선 등이 위트있게 그려지는데, 전 그저 <백년의 고독>의 습기를 핑크핑크하게 추출해주는 데에 이 작품의 의의를 두고 싶네요 ㅎㅎ
<다운튼 애비>도 계속 생각나고...
크리스마스 특집화라도 다시 봐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