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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19. 2017

2017 <미녀와 야수> 리뷰

마블러스! 어메이징! 그때나 지금이나 기념비적인 수준


2017년 작 <미녀와 야수>를 보고 듣고는 밀려오는 감회, 감동에 젖어들 수 밖에 없었다. 



작곡가인 알란 멘켄(Alan Menken)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의 음반은 모조리 수집했고 둘이 함께 작업한 뮤지컬 작품의 곡들은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고 있다. 


그 어떤 영화들보다 '음악'에 의지하고 있는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에서 1991년의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뮤지컬에 이어 이번에는 뮤지컬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 아쉽게도 이 작품의 원 작사가인 하워드 애쉬먼은 1992년 오스카 시상식 직전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하워드 애쉬먼은 동성애자였고 에이즈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의 파트너가 알란 멘켄과 연단에 올라 수상(주제가상)을 하기도 했다. 






이번 2017년도 버전의 <미녀와 야수>에서는 많은 신곡이 추가되었고 ♪Human Again이 빠졌다. ♪Human Again의 자리를 대체한 곡은 ♪Days in the Sun으로 ♪Human Again의 밝은 분위기와는 달리 서정적인 곡인데, 뮤지컬계의 전설인 팀 라이스(Tim Rice)가 하워드 애쉬먼의 빈자리를 대신해 작사했다. 





팀 라이스는 <라이언 킹> <요셉과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아이다>등의 작품을 작사한 작사가로 하워드 애쉬먼이 <알라딘> 작업 도중 세상을 떠나자 나머지 부분을 알란 멘켄과 함께 하기도 했다. <알라딘>의 테마곡인 ♪A Whole New World는 93년도 그래미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기도.




물론 하워드 애쉬먼 특유의 밝고 명쾌하고 극단적으로 몰아치는 라임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팀 라이스와 알란 멘켄의 조합은 <미녀와 야수>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에 부족하진 않았다.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빠진 곡은 ♪Human Again이 유일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1HaUshukTMM&t=5s






추가된 곡은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Aria

♪Evermore

♪Days in The Sun




음악적으로는 다양한 발전이 있었지만, 

오프닝인 ♪Belle과 테마곡인 ♪Beauty and the Beast의 경우엔 1991년도 원작의 분위기와 뮤려함이 워낙 압도적이었던지라 2017년도의 실사에서 그 경지를 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91년 애니메이션에서 미세스 팟을 연기한 안젤라 랜즈배리(Angela Lansbury, 1925 ~ ) 여사의 ♪Beauty and the Guest는 절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다. `91년도 엔딩 버전의 셀린 디온&피보 브라이슨은 물론 `17년의 아리아나 그란데&존 레전드 마저도. 랜즈배리 여사는 토니상과 골든 글러브 수상자이자 미국 연극, 뮤지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랄까. 







https://www.youtube.com/watch?v=tTUZswZHsWQ

https://www.youtube.com/watch?v=2r_UagjWbfY 








위 두 곡은 아쉽지만

벨을 환영하는 성의 집기(!?)들의 ♪Be Our Guest와 

개스톤에 관한 노래인 ♪Gaston 

성을 공격하러 떠나는 마을 사람들의 ♪The Mob Song 은 기대 이상이었고



♪Be Our Guest는 단연 압권으로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영상이 펼쳐진다.


지금 보면 어색하지만 

`91년 최고의 3D 기술이 사용되었던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17년 영상에서도 가히 상상도 못할 영상미가 펼쳐진다.


`18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기술 부문을 씹어먹겠다는 디즈니의 자신감이 여과없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펼쳐지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박수를 칠 수 밖에. 개인적으로는 정말 일어나서 박수 치고 싶을 정도로 감격적이었다.












스토리라인을 한번 살펴보면


그 동안의 디즈니의 전작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우스꽝스럽고 권위적인 부모상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겨울왕국>에서도 자녀의 특별한 능력을 차단하고 억압하려던 엘사와 안나의 부모를 생각해보면, '벨(엠마 왓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과 신뢰로 똘똘 뭉쳐있다고 볼 수 있다.


`91년 원작에선 우스꽝스런 발명가였던 아버지는 진지하고 자애롭고 진취적이며 딸의 개성을 존중하는 이상적인 부모상이기까지 하다. 모험을 빙자해 은연중에 부모 자녀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인식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91년도 애니메이션이 85분, 이번 실사영화가 129분인데

추가된 상당 부분이 벨과 야수의 과거, 부모에 대한 부분으로 

두 주인공의 밑그림에서 '가족의 과거'를 이야기 개연성을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엠마 왓슨이 주장하는 진취적이고 독립적이며 성평등을 지향하는 여성상과는 아직도 약간 괴리감이 느껴지는 '벨'과 '결말'이지만 디즈니의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어느 정도 탈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우스갯 거리로 생각해보면 - 벨의 아버지가 마을을 떠나 괴물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쩔 뻔 했나. 벨은 개스톤의 음모에 휘말려 결혼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독립된 여성으로서 파리에 가서... 과연 보부아르 같은 신여성의 기수가 될 수 있었을라나?? 






마지막으로... 개스톤의 딸랑이로 등장하는 '르푸'가 동성애적인 뉘앙스가 다분히 풍긴다는 이유로 미국에선 상영을 거부하는 극장들도 있다는데... 묘한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동성애자인 루크 에반스가 개스톤 역을, 

이안 맥켈런 경이 콕스워즈 역을 맡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별 걱정을 다 이상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Kyp9Tx-NPY





보라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보게 될 테고 봐야 할 영화인데

보라고 하는건 입만 아픈 일이다


어차피 보게 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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