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제사, 제사상
정성
제사상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며 대부분의 집에서는 아직도 직접 손으로 만든 음식으로 상을 차린다.
이씨 집안의 제사상은 남의 집에서 자란 며느리가,
김씨 집안의 제사상은 남의 집에서 자란 며느리가,
박씨 집안의 제사상도 남의 집에서 자란 며느리가 차리고 있다.
그 며느리를 데리고 일을 하는 시어머니도 이씨, 김씨, 박씨 성을 가졌거나 핏줄이 얽혀있진 않다.
살림과 재산을 물려받던 대가족 시대라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제사상도 차리고 명절에 가족 대소사를 챙기는 게 이해되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핵가족(참 오랜만에 쓰는 단어), 딩크족(무자녀 부부), 싱글족이 대세가 된 시대에서 '시댁 먼저, 며느리 노동'은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얼굴도 모르고 말도 섞어보지 못했고, 성도 다른 사람들의 명절 제사상을 며느리는 차려야 한다. 그리고 편의를 위해 시판 제품으로 음식을 내놓을라치면 '정성'이 없다는 타박을 듣는다.
그 집안의 며느리와 결혼한 아들들은 잠자고 TV 보고 노닥거리는 와중에 피도 섞이지 않은 성도 다른 며느리에게 '정성'을 요구하는 건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어불성설이다.
남자들이 명절에 기껏 밤이나 까고 잠자고 하릴없니 TV를 보고 빈둥대는 건 평소에 힘들어서가 아니라 명절에 당연히 분담하고 도맡아야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에 여자가 어깨 빠지는 스트레스를 남자보다 더 많인 받는 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이미 궤변임이 드러난 말이지만,
딸 같은 며느리가 어디 있고, 친정엄마 같은 시어머니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친정엄마는 딸이 음식에 재주가 없으면 본인이 만들고 설거지나 시키지만,
시어머니는 음식 맛이 날 때까지 잔소리를 하고 설거지도 시킨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반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