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관심을 빙자한 친척들의 무안한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 집의 경우 누나는 '결혼'과 '남자친구'라는 쌍절봉 질문이 시작될 때 쯤부터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다. 다행히 부모님의 동의가 있었고 나도 엇비슷한 질문이 시작될 때부터 발길이 뜸해졌다.
유독 이번 추석에 이런 '잔소리성 질문'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인다.
특히 스브스뉴스에서 내보낸 잔소리 대처법에 대한 카드뉴스는 이런 웃픈 현실에 대한 결정판이었달까.
어른들, 친척들이 무심코 던지는 질문에 기운도 잃고 면목도 없고 상처도 받는다.
'지나친 오지랖'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한번 반대로 생각해봤다.
'무심코' 던지게 되는 말이라는건 그게 '당연한, 자연스러운, 평범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적, 졸업, 취업, 연애, 결혼, 자녀계획에 대한 질문들은 사실 인생사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것이며 그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 어른세대에게는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졸업하면 취업하고, 취업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며, 당연한 과정인데 그 당연함에 대한 질문이 근래에 일종의 '폭력성'이 내재된 질문이 되버렸다.
당연한 과정을 당연한게 하지 못하는 개인이 명절에 당연한 질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갖게 되는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개인이 지나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병명을 환자에게 물어보고 있는건 아닐까?
앞선 세대보다 좋은 학력, 그리고 더 좋은 학벌, 더 나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회사에 취업은 커녕, 면접도 어려운 시대라면,
"학교는? 취업은? 결혼은? 집은? 아이는?" 같은 질문을 개인이 아닌 사회에 던져보는건 어떨까?
왜 요즘의 이 세대는 당연한 길을 가지 못하게 된 것인지,
당연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게 된 건 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