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정류장

by 뿡빵삥뽕


새끼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나이도 나이거니와 요즘엔 잃어버린 습관인데 중앙차도 정류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무심코 본 새끼 손가락의 긴 손톱이 거슬렸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사람들이 안 보이게 몰래 물어뜯고, 또 그렇게 몰래 뱉었다. 바쁜 아침 시간에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겠지만 이런 건 신경 쓰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발치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서너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기 수월한데 내 눈치는 서너 발짝 까지 넘어가지 않았다.



다른 버스가 앞을 지나가는데, 버스에 부착된 광고판 글씨의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무슨 소화제 광고인데 가족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 부녀였다. 버스는 휙휙 지나가는데다 정류장에 앉아서 정차한 상태로 보더라도 관심의 정도는 잠깐인데 정자체도 아닌 서체로 제품 이름을 저렇게 작게 적어놓고 모델만 눈에 띄는 광고가 어떻게 통과됐을까. 물론 나만의 생각인데, 이런 관심을 주면서 본 광고인데 제품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으면 분명 문제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짧지 않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따라 걸어가는 아저씨가 보였다. 웬만하면 문을 열어주었으면 했는데 버스 세대 분의 거리를 움직이고 나서야 버스가 문을 열어준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조금 인색하다 싶었는데 마침 중앙차선의 횡단보도가 보행자 신호였던지라 그 버스가 공백을 메워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 마냥 종종걸음으로 그 긴 거리를 버스 따라 걸어간 아저씨의 어색함, 난처함은 보상할 수 없었다.




아저씨처럼 나를 난처하게 한 추석 바로 전주에 있었던 아버지의 대화를 빙자한 설교(?)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 버스가 들어온다. 정류장에 자리할 때는 분명 6분이면 오겠다던 버스였는데 한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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