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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02. 2015

Ditto Hits, 송어, 100회

10월 1일 앙상블 디토 공연




오후 6시 반쯤 나오는 길.

하루 종일 온 비 때문인지 점심 때까지만 해도 오늘의 의상이 더웠는데...  이젠 정말 가을이 왔구나 했다.



사실 오늘 예술의 전당 방문은 비계획이었다. 실내악 공연이라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근래 꿀꿀하던 기분에 머리가 지끈지끈, 비도 오고 바람도 부니 왠지 가야겠다 싶었다.  앉을만한 자리도 있었고 예매 마감시간 전에 다행히 마음을 정했다.



9월 방문 때보다 일찍 출발한 덕에 여유 있게 도착은 했지만,

화려하고 시원하게 몰아 부치는 관현악도, 자유분방한 독주회도 아니라 마음이 뻥 뚤려야 될 것만 같은 내 기분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웠다.







디토와 실내악


 

위 사진의 단체컷처럼 오늘의 의상도 검은 셔츠에 검은 팬츠, 검은 구두였다. 젊은 연주자들이 검은 의상에 긴 활을 들고 걸어나오는 모습은 날렵했다. 마치 사극에 나오는 호위무사들의 느낌이었달까. 젊은 연주자들이니만큼 '이미지'가 주는 매력이 있었다. 물론 여성 관객들의 환호성도 빠질 수 없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현악 5중주, 브람스 피아노 4중주, 슈베르트의 송어였다.



클래식 공연이 대개 그렇듯, 지각 관람객들과 연주자들의 몸풀기를 위한 비교적 짧은 드보르자크의 소곡이 먼저 연주되었다.  날렵한 연주자들의 활기찬 액션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실내악곡의 목적이 귀족들, 특히 귀부인들의 여흥을 위한 것이었기에 확실히 탐미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이래서 뭇여성들이 이 자리에 많구나... 하하하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는 1번은 확실히 브람스 특유의 중량감이 느껴졌다. '브람스'라는 뭔가 부드러운 할아버지 느낌의 이름과는 달리 음악은 많이 진지한 할아버지 느낌이랄까.


어쨌든 할아버지긴 할아버지구나... ㅎㅎㅎ




마지막 악장이 끝나며 다 같이 한 번에 활을 '절도 있게' 치켜드는 순간이 이 '앙상블 디토'라는 팀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해주는 부분이었다. 분명히 끝 마무리를 진지하게 연습한 모양이다.









송어 The Trout



슈베르트는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았음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냈다.  송어뿐만 아니라 아베마리아, 세레나데, 미완성 교향곡... 가끔은 슈베르트의 삶과 그의 음악 간 괴리가 커서 이해되지 않는 혼란이 느껴진다.


어쨌든, 디토의 팬들 중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듯 한 '임동혁'은 송어에서 등장했다.


'쨩'하는 1악장의 시작.

그리고 이어지는 연주자들의 활기 넘치는 연주동작은 당연히 송어의 리듬과 일치했다. 여러 번 생각했고 쓰고 있지만 '젊어서인지' 팔딱대는 송어의 이미지가 이렇게 잘  연상될 줄이야.



송어의 메인은 역시 4악장.


짠 짠짠 짜~ 라라라라 잔


내 좌석의 문제였는지, 피아노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피아노의 소리가 상쾌하지 않았다. 음반으로 들었던 소리야 편집의 손이 거쳐서 더 깨끗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연주자의 기술을 떠나 뭔가 탁한 기분이 들었다. 임동혁 군이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후기에 더해 공연장 피아노도 환절기 감기에 걸린 걸까.




https://www.youtube.com/watch?v=HwbWvGtaZGo



물론 그렇다고 '디토'라는 앙상블의 활기가 묻힌 건 아니었다.




특히 4악장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합주 부분에서 두 사람의 각기 모습은 송어의 유영하는 비늘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 이어 앉은 두 연주자의 겹치는 동작을 보며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를 봐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깨닫는다. 설마 슈베르트는 송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연주자들의 움직임까지 생각해서 작곡한 건 아니겠지!




그런 슈베르트가 죽고 나서야 그의 '마왕'에 감탄했던 괴테에게 갑자기 메롱의 감정이 샘솟는다.






앙코르곡은 스티븐 린과 임동혁의 연탄곡, 그리고 현악 4중주 한 곡.


두 곡의 앙코르곡을 마친 후 비올라의 리처드 용재 오닐이 100번째 공연에 대한 인사말을 전했다.

그리고 드라마 '하얀 거탑'의 테마곡이 연주되었다.




음... 어쩐지 공연장에 들어오는데 DITTO 100이라고 적힌 패널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더랬다.

우연찮게 찾은 공연에서 뭔가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그래 이 입장권도 책상 앞에 붙여두자.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가 열렸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답게 늦은 시간에도...

물론 여기서 '아이돌'이라는 단어의 좋은 점만 생각해서 붙인 별명이겠지만 '깊이'에의 개인적 탐구를 빼놓을 수 없는 저 솔리스트들에게 '아이돌'이라는 별명은 뗴어놀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하튼 인기를 반영하듯 길게 선 사인 줄을 보며 세찬 바람이 부는 공연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예전 수능 영어에서 Seoul Arts Center가 나왔을 때 어딘가 했는데 바로 예술의 전당이었다.

슈베르트의 삶과 송어의 아름다운 멜로디만큼 괴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실내악도 괜찮구나.

편안하게 듣기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라 그런지 뭔가 응어리처럼 쥐어진 기분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사인은 받지 않았지만 100번 째라는 특별한 회차의 공연에 참석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오늘 밤은 정말 가을이다.

옷깃을 이렇게 여미며 길을 걷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가디건을 감싸게 하는 바람이지만 이 정도는 상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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